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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후]극단 상상창꼬 〈라디오여자〉

현대인 고달픔 신체극으로
불면증·회사원 일상 등
대사없이 몸짓으로 표현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라디오여자>(김소정 작·연출)는 독특한 형식의 연극이었다. 지난 7일과 8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이 작품은 현대 무용 같기도, 마임 같기도 했다.

배우들의 몸짓이 음악과 어우러져 이야기들을 드러내는데, 대사는 없다. 그러고 보면 이런 형식의 신체극은 극단 상상창꼬의 특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화술 중심의 연극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왔다. 지난여름 카프카의 소설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 <변신> 같은 작품이 그 예다.

<라디오여자>의 기본 설정은 한밤중 진행되는 '한밤의 달빛연주'라는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이다. 무대 한쪽에 라디오 진행 부스가 있고 진행자가 나와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고 음악을 내보낸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이나 문자로 사연을 보내라는 멘트 등 실제 라디오를 진행하는 방식 그대로를 재현했다.

사연이 끝나고 음악이 나올 때마다 무대에 배우들이 등장해 신체극 연기를 펼친다. 사연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신체극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연극은 모두 7개의 다른 일화로 구성된다.

배우들의 동작은 때로 격렬하고 때로 부드럽고 때론 신이 난다. 소화하기 어려운 동작들이 많아, 평소에 몸을 움직이는 훈련을 많이 했겠다 싶다.

각각의 일화는 다양한 배경과 인물로 현대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예를 들어 '불면증'은 업무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남자를 표현했다. 또 '돈돈'은 하루종일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회사원의 하루를 코믹한 동작으로 구성했다. 이어 '그 여자의 다리', '타이프라이트'로 이어지며 고단한 현대인의 일상을 담았다.

▲ 라디오 사연이 나오고 음악이 나올 때마다 배우들은 신체극을 펼친다. /상상창꼬

몇몇 일화는 공연 전에 입구에서 나눠준 작품 설명이 아니면 언뜻 내용을 짐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설명이 없어도 좋았겠다. 관객마다 충분히 나름의 해석을 더할 수 있을 만큼 배우들의 표현력이 좋기 때문이다.

다 보고 나니 괜히 피곤해진다. 연극은 마치 '지금 여러분은 행복하냐'고 묻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연극이 끝나고 밤거리를 나서는데 기분이 씁쓸했다.

그래도 <라디오여자>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말없이 몸짓을 이어가는 배우들을 보자니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찰리 채플린 감독, 1936년)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영화는 고달프고 절망적인 일상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행복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연극을 끝내고 무대 인사를 하는 배우들의 표정이 아주 밝았던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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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