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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꽃 이야기]'첫사랑의 향기' 은목서 꽃

11월, 하얗게 핀 향에 취하다
주인공 오강 '불사약'만들지만
자연 순리 거역해 달나라로 귀양
계수나무 닮은 '은목서'그리워해

시민기자 조현술 (동화작가) webmaster@idomin.com 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은목서의 꽃향기는 너무도 감미로워서 첫사랑의 향기에 비유되기도 해요. 11월에 은목서 꽃이 하얗게 피면 그 나무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몰래 향기에 취해 잠시 발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은목서를 찾는다고 해요. 그 모양이 달나라의 계수나무와 닮았다고도 해요.

중국에 오강이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그는 도사처럼 아주 심오한 철학을 연구하다가 어렵게 사람이 죽지 않는 연단술을 연구하게 되었어요.

오강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는 비단폭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폭포 아래서 두 손을 모으고 폭포 물을 맞으며 간절히 기도했어요.

"하늘이시여,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약을 만들고자 하오니 도와주십시오."

그날부터 오강은 그 험한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사람에게 좋다는 약초를 모두 캐어 약탕기에 달였어요. 그 약을 토끼에게, 산양에게, 다람쥐에게 먹여보며 연구를 했어요. 가장 좋은 약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되면 그 자신이 먹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자신이 만든 약의 조제가 잘못되어 몸이 아파서 뒹굴기까지 했어요. 오강은 갖은 고생을 다해가며 영원히 살 수 있는 약을 만드는 일을 하느라 식사를 거르고, 잠도 자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드디어, 오강의 그 열성적인 노력으로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을 만들었어요. 약은 정말 신비해서 그 약을 먹고 잠을 푸욱 자고 나면 얼굴의 주름살이 없어지고, 하얀 머리가 검어지며, 침침하던 눈이 환하게 밝아왔어요. 오강 자신도 그 약을 먹고 젊은 청년이 되었어요. 오강은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에게 그 약을 비밀리에 한 알만을 보내었어요. 그는 그 약이 어느 곳으로 전해져서 누가 먹을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주었어요.

오강은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 것 같았어요. 그는 바위산 가장 높은 천지폭포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물이 하얗게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서서 온몸에 폭포 물을 맞으며 정성을 다해 하느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렸어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을 만들었어요. 이제 저는 하늘 아래 가장 이름 있는 연단사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때였어요.

폭포 맞은편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푸른 하늘이 환하게 열리며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오강아, 그 약을 아무에게도 주지 말거라. 만약에 내 명령을 어기면 너는 하늘이 내리는 아주 무서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결코 헛된 말이 아니다."

오강이 깊은 감사의 기도 속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한편으로 오강은 화가 났어요.

"무슨 소리? 내가 어떻게 발명한 약인데, 나는 이미 약 이름을 불사약이라고 지어 놓았다. 어느 누구도 감히 나를 막지 못하리라."

"그래. 네가 하늘의 순리를 어긴다면 할 수 없지. 꽃은 피면 시들고 인간은 나면 이윽고 죽는다. 이 법칙은 생명이 있는 것들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하늘의 순리를 어긴 자에게 아주 엄한 벌이 내려지리라."

그와 동시에 하늘을 흔드는 천둥 같은 빛과 소리가 오강의 주변으로 쏟아졌어요. 산이 무섭게 흔들리더니, 오강의 몸이 가볍게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어요.

오강의 몸은 풍선처럼 하늘을 향해 한없이 올라가고 있었어요. 오강이 너무도 높이 올라가자 이제 자기가 있던 폭포산이 아슴하게 아른거렸어요. 오강이 얼마를 올라갔을까요. 하얀빛이 쏟아지는 땅에 내렸어요. 오강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나무 몇 그루만 있었어요.

▲ 2008년 10월 당시 진해환경생태공원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은목서를 심는 모습. /연합뉴스

그때 어디에선가 주변을 울리는 힘찬 목소리가 들렸어요.

"오강아, 너는 인간 세상에서 생로병사의 순리를 어긴 죄로 이곳에서 도끼로 저 나무를 찍어서 없애도록 하여라. 그 나무를 다 찍어 없애면 이 형벌에서 벗어나게 해주마. 이곳은 계수나무가 있는 달나라이다."

오강은 달나라라는 말에 정신이 아찔하였어요.

"그렇다면 옥토끼, 계수나무만 있는 곳이 아닌가?"

그때 어디선가 예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나도 있어."

오강이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어요. 한 마리의 두꺼비가 커다란 바위 밑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오강 앞으로 오고 있었어요. 두꺼비가 목을 주욱 빼고 오강을 보고 말했어요.

"나는 불사약을 먹고 달나라로 귀양을 와서 두꺼비가 되어 벌을 받고 있는 항아이다."

"뭐? 항아! 그 미인! 불사약을 먹고 달나라로 귀양을 왔다고? 네가 어떻게 그 약을 먹었을까?"

오강은 아무도 없는 이 달나라에서 두꺼비, 계수나무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오는 듯했어요. 계수나무를 보자 오강은 그림처럼 아른거리는 고향마을이 생각났어요. 하얀 꽃이 피면 그 아슴한 향기 때문에 첫사랑 처녀가 방긋이 웃어 주던 일이 생각났어요. 그 나무를 오강이 도끼로 매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첫사랑을 배반하는 것 같았어요. 오강 자신이 살아서 다시 고향 땅으로 가기 위해 첫사랑을 배반한단 말인가?

"아? 그러나 저 계수나무를 도끼로 다 찍으면 귀양에서 풀어준다고 했으니, 도끼로 저 계수나무를 부지런히 찍어야지."

다음날부터 오강은 두 손으로 도끼 자루를 잡고 부지런히 계수나무를 찍었어요.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했지만 오강은 빨리 귀양살이에서 풀려야겠다는 욕심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계수나무를 찍었어요.

오강은 며칠을 걸려 그 계수나무를 도끼로 모두 찍었어요. 손이 부르트고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는 일이었어요.

"휴우, 이제 귀양에서 풀려나게 되었구나."

그때, 바위 밑에 웅크리고 있던 두꺼비가 거들먹거리며 말했어요.

"천만에 오강, 그 나무의 뿌리 근처를 보아라."

오강은 자기가 그토록 땀을 흘려 찍었던 나무뿌리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어요.

"아니? 어느새 뿌리가 싱싱하게 자라 올라오고 있다니?"

계수나무는 그 성장력이 강해서 둥치를 잘라도 뿌리가 여기저기 흙을 헤집고 올라온대요. 오강은 또다시 계수나무를 도끼로 찍으며 자기 마을 앞의 그 나무를 생각했어요.

"아! 우리집 앞은 그 하얀 꽃향기 첫사랑 같은 향기! 나는 그 향기를 안고 있는 나무를 지금 도끼로 찍고 있다. 그 향기가 풍기는 나무가 있는 고향에 가기 위해서."

오늘날까지도 오강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달나라에서 도끼로 계수나무를 찍고 있다고 해요.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계수나무는 낙엽활엽관목이래요. 은목서와는 다른 종의 나무라고 해요. 그 나무의 모양이 닮았고 토끼가 그 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었다는 전설 때문인 것 같아요.

하느님은 오강을 왜 달나라에 귀양을 보내었을까요?

은목서 꽃의 꽃말은 '첫사랑', '유혹'이라고 해요. /시민기자 조현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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