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군수 때 이전 움직임…신임 군수 원안 추진 뜻
2011년 추진·2015년 터 보상완료·2016년 공사중단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은 2011년부터 추진됐다. 거창군은 2010년 거창읍 상림마을 양계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근 아파트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자, 자체 재원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국책사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이에 이듬해 거창읍 상림리와 가지리 성산마을 일대 20만 418㎡에 1725억 원이 드는 법무부 법조타운 조성사업을 유치했다. 거창구치소와 기존 창원지법 거창지원·창원지검 거창지청·보호관찰소를 이전해 한 곳에 모아 법조타운으로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법조타운 유치가 확정되자 악취에 시달려온 인근 주민 상당수가 환영 뜻을 밝혔다.

그러나 2014년 4·13지방선거에서 양동인 당시 무소속 군수 후보가 "법조타운 유치가 아닌 교도소 유치"라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거창구치소 5년 갈등의 출발점이다. 법무부가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라고 해명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웠다. 주민들은 '학교 앞 교도소 반대 범군민대책위', '교도소유치를 반대하는 거창 학부모모임'을 결성하고 천막농성과 초등학교 등교거부 등을 이어갔다.

▲ 구인모 거창군수의 법조타운 조성사업 원안 추진 기자회견 이후 주민 여론 수렴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김태경 군의원. /이상재 기자

▲ 지난 5일 법조타운 조성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삭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최민식 법조타운추진위원장. /이상재 기자
당시 가장 큰 쟁점은 학습권 침해 문제였다. 구치소 예정지 1∼2㎞ 안에 있는 12개 초·중·고교와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교육환경 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군은 예정지와 가장 가까운 학교와 500m 이상 떨어져 있고, 그 사이 야산이 있어 공간적으로 분리된다고 설명했다.

2016년 4·13 재선거에서 '거창구치소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양동인 전 군수가 당선됐다. 양 전 군수는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수적 성향에도 지역 정서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양 전 군수는 당적 변경 후 청와대를 비롯한 국무조정실과 해당 부처인 법무부·국회·기획재정부 등 중앙 관련부처를 수차례 드나들며 정치적으로 풀어보려고 애썼다.

이러한 노력 끝에 '대체 터 선정 시 이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법무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법무부 집행예산에 대해 거창군과 협의해 사용하라는 국회 부대의견까지 얻어내는 성과를 거두면서 이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거창군에서 선정한 대체 터 2곳에 대해 법무부에서 현지실사를 한 결과, 입지여건으로서 미흡하고 인근 주민의 반대 의견이 있다는 점, 이전에 따른 예산확보 방안 미제시, 군의회 미동의 등 사유로 이전은 부적절하며 원안을 추진한다는 법무부의 최종 통보를 받게 된다.

거창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청와대를 세 차례 방문하는 등 정무적 노력을 펼쳐 국무조정실의 갈등과제로 선정되는 과정까지 가게 됐다. 협의 과정에서 법무부가 거창군에 요구한 네 가지 이행조건, 즉 △거창군과 군의회의 단일 의견 △현 터 활용방안 △대체 터 민원 해결 △매몰비용과 업체손실금 부담 해결 등 제안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이전 논의는 더는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무조정실에서 거창군 내부의 객관적이고 단일화된 의견을 요구하고, 이낙연 총리의 거창 방문 계획이 흘러나와 기대를 높이기도 했으나 막판 거창군의회 원안추진 요구 입장 표명으로 총리 방문이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구치소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물러난 전임 군수의 자리를 이어받은 현 구인모 군수는 취임 초기부터 군민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명확한 견해 표명을 요구하는 지역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군의회 압박이 더해지면서 원안추진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구 군수의 원안 강행 의지와 달리 반대 주민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주민의견 수렴'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주민의견 수렴 방안을 놓고 새로운 갈등조정위원회 또는 공론회위원회가 구성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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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법조타운조성 계획·경과 = 법조타운은 2015년 착공 이후 터 보상이 완료됐으며, 사업비 853억 원 가운데 316억 원이 투입됐다. 구치소 이전을 요구하는 반대 운동이 확산하면서 착공 1년여 만인 2016년 11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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