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전시 보고 회의하고…박물관에 이런 곳이?
경상대 박물관 1층 복합문화공간…독특한 건물 구조도 매력적

이 정도면 변신이 아니라 대학 내 명소를 하나 만들어버렸다고 해야겠다. 경상대 출판부가 최근 학교 박물관으로 이사를 하면서 새로 마련한 북카페 지앤유 이야기다. 9월 20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으니 이제 두 달이 다 돼간다. 그동안 진주에 취재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 들르곤 했다. 30년 경력의 멋쟁이 바리스타가 주는 커피도 맛있고, 서가에 꽂힌 책들도 지역출판사나 대학출판사에서 만든 책이나 독립출판물 등 일반 서점에서 보기 어려운 개성 있는 것들이 많아 좋다. 무엇보다 공간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 경상대 박물관 건물을 활용한 북카페 지앤유 외부 공간. /이서후 기자

◇김종길 편집장의 꼼꼼한 준비

북카페 지앤유에는 책을 만드는 일은 물론이고, 넓은 견문으로 심미적인 안목도 갖춘 경상대 출판부 김종길 편집장의 구상과 설계가 그대로 담겼다.

"이 공간을 위해 지금까지 기획서만 수십 번을 썼습니다. 작년 봄에 총장님께서 수억 원의 예산 지원을 약속하시고 제 손을 꼭 잡으셨지요."

지난해 봄에 시작된 북카페 계획이 올해 9월에야 완성된 건 이런 꼼꼼한 준비 때문이다. 국립대이기에 박물관 건물은 국유재산이다. 그러다 보니 북카페 운영 업체를 입찰 형식으로 정해야 했다.

▲ 북카페 지앤유를 기획하고 설계한 경상대 출판부 김종길(맨 앞) 편집장. /이서후 기자

"응찰 업체들에 여러 조건을 달았어요. 기본은 카페죠. 음료를 팔아야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문화공간이어야 하고, 책도 팔 거라서 서점으로 등록해야 했어요. 또 공연이나 강연을 위해 무대를 만들고, 간단하게 작품 전시할 전시 공간과 사무를 보는 미팅룸을 기본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김종길 편집장의 말이다. 그는 이미 이런 뜻을 담아 설계 도면을 만들어 두었다. 이 도면을 두고 업체들은 수지타산을 고민해야 했다. 커피 등 음료에도 나름 노하우가 있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문화 감성을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서울 지역 업체 한 곳이 응찰을 했다가 포기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진주 지역에서 운영을 맡을 업체가 나왔다. 이게 지난 8월의 일이다. 진주에서 문화 활동으로도 이름이 알려진 '코앞건설' 박범주 대표와 진주의 오랜 카페 겸 바 '다원'을 운영하는 배길효 대표다.

◇복합공간을 위한 아이디어들

북카페 공간을 설명하려면 우선 출판부와 북카페가 들어선 박물관이 어떤 건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올해 2월 21일 신축 개관한 곳으로 정식 명칭은 '경상대 박물관 및 고문헌도서관'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효율성을 중시한 여느 대학 건물과 달리 구조가 독특하다. 우선 건물을 둘러싼 거대한 기둥들이 인상적이다. 이 열주들 사이로 깊거나 혹은 높은 공간이 다양하게 연출된다. 건물 모퉁이마다 문화적으로 활용할 만한 곳이 가득하다. 북카페 지앤유는 이런 공간을 자연스럽게 활용해 만든 공간이다.

편의상 북카페로 부르고 있으나 실제는 서점과 공연, 전시,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됐다. 기본적으로는 카페다. 차를 마시고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가 한 80% 정도는 돼야 했다. 그러면서 때로 공연과 강연을 하려면 무대도 있어야 했다. 조그만 전시 공간을 마련해 전시도 해야 한다.

"학교 안에 정식 공연장이나 강연장은 많은데 요즘 시대에 맞는 세미(semi) 한 곳은 없었어요. 보통 전시장이라면 그림을 얼마나 쾌적한 환경에서 집중해서 볼 수 있느냐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저 그림 뭔가 인테리어 같기도 한데 맘에 드네, 하면서 가볍게 보고 지날 수도 있거든요. 박물관 내부에 아주 좋은 전시장이 있어요. 예컨대 그곳에서는 정식 전시를 하고 그것과 연계해서 북카페 내부에서는 가볍게 전시를 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북카페 전시장은 일상적인 접근이 쉽고요. 여기서 뭔가 더 깊이 알고 싶으면 박물관 전시장으로 가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하나 만들어 보자는 게 경상대 출판부의 요구였고, 우리도 그런 식으로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었어요."

카페 운영을 맡기로 하면서 마지막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한 코앞건설 박범주 대표의 말이다.

◇지역 중심 문화공간으로

지난달 초 북카페 첫 대관 행사로 경상대 심리학과 영화제가 열렸다. 관객 참여도나 진행 방식이 공간에 썩 잘 어울리는 행사였다.

경상대 학생들에게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도서관도 가기 싫을 때 가기 좋은 곳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듯하다.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연결할 콘센트가 많이 마련된 긴 테이블은 갈 때마다 가득 차 있다.

▲ 북카페 지앤유 내부. /이서후 기자

하지만, 아직 북카페 지앤유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박물관 내에 3개 부서가 있어 협의가 필요하지만, 북카페 주위 공간을 더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야외 영화 상영회 같은 것도 좋겠지요. 아직 책도 더 다양하게 많이 들어와야겠고요."

김종길 편집장의 말처럼 앞으로 북카페에서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강연회,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SNS를 통해 서가에 가져다 둘 독립출판물도 추천받고 있다. 결국 북카페 지앤유는 학교 범위를 벗어나 지역 명소가 될 날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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