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정부가 2단계 재정분권 강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9월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후속 조처다. 2022년까지 2단계로 나누어 현행 8: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개편하고,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대폭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6:4였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던 이 비율은 이번 계획에서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공약을 슬그머니 바꿀 것이 아니라 해명과 사과를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방재정 자립도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지방세·소방안전교부세 확충과 기능 이양을 밝혔다. 그러나 전국 자치단체에서 강력하게 요구해온 지방교부세 법정률의 인상은 빠져 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세가 증가할 경우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심화하지 않도록 균형추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지방재정 강화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지방세 비율의 증가가 자칫 지자체 간의 재정 격차를 불러와 재정자립도가 수도권 지자체보다 훨씬 더 낮은 비수도권 지자체에 더 큰 박탈감을 안기는 것은 지방분권의 취지에도 역행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55.8%이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매우 크다.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지자체가 수도권은 69개 중 19개(28%)에 불과하지만, 비수도권은 174개 중 126개(72%)에 달한다. 내국세의 19.24%인 현행 지방교부세 법정률의 20%대 인상은 현 정부도 국정과제로 추진한 바 있으며 법령 개정을 약속한 바 있다. 8일 국회에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는 지방세만 늘리면 재정분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안일한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개헌 추진이 좌절됨에 따라 지방분권 계획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국가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 헌법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 동력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분권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다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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