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이 양다리를 걸치는 소위 '의원겸직'은 법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금지규정인데 현실적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제재를 가할 수단이 강제되지 않거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위반사항이 드러나면 의회 내 윤리위원회가 나서는 것이 거의 전부인데 그나마도 약발이 잘 듣지 않는 게 보통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원 이기주의가 만연해 솜방망이 처벌로 생색을 내기 일쑤다.

경북의 한 의회는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한 의원을 윤리특위에 올려 제명을 의결했으나 본회의에서 의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져 헛발질로 끝나는 촌극을 빚었다. 이러다간 겸직금지 무용론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지난 6월 지방선거 후 많은 의원이 겸직신고를 했고 그중 어린이집 원장 출신 의원의 40%가 겸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컸으나 그 후 얼마나 시정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도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장 겸직 의원은 별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영리법인의 임원이나 공공단체 대표를 맡은 의원이 없지 않아 전국적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수면으로 나타나지 않은 채 건설사나 개발업체에서 요직에 앉아 은밀하게 활동하는 잠재적 겸직자를 고려하면 그 수가 얼마일지 추산하기 어렵다. 그런 의원들은 대개 연관된 상임위에 배정됨으로써 지방의원은 자기직업과 관련된 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깨뜨리기 예사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같은 풍토에서 의회에 대한 신뢰성이 정착될 리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겠는가 하는 한탄이 쏟아질 만하다. 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의회가 그로 해서 빚어지는 모순점을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서 감시역을 자처하거나 주민참여 정치를 목소리 높여 외쳐봐야 그건 자가당착과 같다. 아직 겸직한 의원이 있다면 하루속히 욕심을 내려놓고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의회의 자체 혁신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자진신고 외에 전수조사를 벌여서라도 문제 의원을 가려내어 주민을 기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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