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과 조화 속에 부딪치고 트이는 시장
경제도 막힘없이 흘러 시장 역할 키워야

만약에 이런 생각으로 말하고, 그 말을 바탕 삼아서 이렇게 저렇게 따져 보는 것을 나쁘기만 한 짓이라고 몰아세우지 않는다면 그 생각과 말을 한번 해보고 싶다. 흔히 경제라는 것을 두고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사고파는 일이 마치 물이 흘러가듯이 하는 사람들의 짓이라고 뜻 매김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른다. 흐르면서 움푹 꺼지거나 구멍 난 데에 이르면 꺼진 데를 채우고, 구멍 난 곳으로 들어가 흐르다가 구멍을 메운 다음 반반하게 만들어 놓고 다시 아래로 흐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으로 스며들어서는 사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흙 속의 풀과 나무뿌리들을 먹이고 대접하여 자라게 한다. 그런가 하면 물은 흐르는 동안 여기저기서 들어와 섞인 독, 썩은 찌꺼기며 온갖 부스러기들을 품어 안고 독을 삭히고, 썩은 것은 정화하며 부스러기들은 나름의 몫을 다하도록 다독이며 모든 것과 관계있음의 진리를 실천한다.

어쩌면 경제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문제는 막힘 없이 잘 흘러가야 한다. 이때 시장이라는 공간이 생겨나서 경제의 흐름을 간섭하게 되는데, 시장의 뜻을 만약에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시장이란 인간의 온갖 탐욕들이 죄다 모여들어 서로 부딪치고 맞서고 오고 가면서 탐욕이란 말 대신 필요와 만족을 이루는 곳이라고. 그래서 경제라는 물은 시장이라는 통로를 흘러가면서 물의 기능과 시장의 역할을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면서 인간 삶의 한가운데를 꾸미는 것이라고.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는 그 정도 필요와 만족을 만들어가는 인간의 슬기로 빚은 또 하나의 세상이라 말하면 안 될까.

이때, 경제와 시장을 둘러싸고 온갖 이론이 생겨난다. 이론은 실제 생활 속에서 그 기능과 모습이 바뀌게 마련인데, 변화라는 본질을 지녔다. 이론의 목적도 인간 생활 속에서 변화하는 것이 그 본래 소임이다. 그런데 이론의 목적성이 지닌 변화를 부정하거나 의심하는 사람의 생각도 있어온 것이 역사다.

이념은 인간 삶을 위하여 고안되었지만 인간 삶을 너무나 가볍게 스쳐 지나버린다. 인간의 삶에는 구체적인 헌신이나 몫을 하지 못한 채 허공이 된다. 어쩌면 시장이라는 공간과 그 기능에 대한 이론 중에는 이론을 만들거나 조작하는 사람의 욕망 충족을 위하여 그 기능을 부정하거나 의심하는 것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이론도 물흐름 같은 기능과 역할보다는 모으고 쌓는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이념이 지닌 순진하고 겁 없는 목적의 천국을 그리워하는 생각과 행동이 어떤 특정 직업이나 권력으로 유지되고 지속하는 행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런 사람일 것이다. 경제는 막힘 없이 흘러가면서 온갖 기쁨, 슬픔을 생활로 만들어 내고 시장은 끝없는 대결과 조화를 통하여 필요와 만족을 창출하는 연극무대다. 만약에 이따위 생각이 허용되는 나라가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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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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