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근처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이다. 해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생각나는 단어가 몇 개 있다.

가을, 수확, 배당….

이 시기에 연말 배당주에 대한 기사를 많이 봐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낙엽만 봐도 배당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거라고 짐작해 본다.

투자자들이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는 무조건 좋은 회사라고 알기 쉬운데 약간의 오해가 있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여 배당 수익으로 빨리 원금을 회수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기업 처지에서는 미래 성장을 위한 자금도 필요하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라면 많은 돈을 벌어 배당을 많이 해야 좋을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여 투자하는 게 나을지 판단해야 한다. 이익 잉여금이 100억 있는 기업이 그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여 200억, 300억으로 늘릴 수 있다면 배당을 하는 것보다 투자를 위해 아껴 두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대체로 성장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배당보다는 새로운 투자를 선호하고 성장이 둔해지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배당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니 배당주의 한계는 지금은 잘 수확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어려워 주가 상승 여력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배당 수익률에 신경을 쓰게 된다.

꾸준한 배당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지난 10월처럼 해마다 한두 번 겪게 되는 주가 급락기는 좋은 투자 시기가 된다.

예를 들어 해마다 주당 500원씩 배당하는 회사의 주가가 평소에는 2만 원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면 시장 상황이 나빠져 지수가 급락하게 되면 1만 원 근처에서 살 기회도 생긴다. 기대 수익률이 2.5%에서 5%로 높아진다. 여기서 관심 기업의 실적이 작년과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 이상의 배당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니 상반기를 지나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은 연말 배당을 가늠해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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