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 주민자치회 설치 조례안 '읍·면·동장 추천 조항' 비판
전문가 "추천권 압력 행사 우려"…시 "의견 충분히 검토할 것"

창원시가 입법예고한 '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조례안'이 되레 '주민 자치'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례 개정은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조례안'에 근거해 창원형 주민자치의 체계적 추진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주민자치회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창원시주민자치협의회(이하 협의회)는 그러나 이 조례안이 '행안부 표준 조례안'에서 한참 후퇴한 '개악'이라는 견해다. 이들은 먼저 시 개정조례안 제9조(위원선정위원회)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9조 2항을 보면 선정위원회는 읍·면·동장을 포함한 7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이에 더해 2항 1호는 7명 중 3명을 읍·면·동장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읍·면·동장이 입맛에 맞는 인사를 채워 주민자치위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는 게 이들 판단이다.

한데 문제는 행안부 표준 조례안에도 '위원선정위원회' 구성 관련 조항이 없다는 데 있다. 행안부는 표준안의 '위원선정위원회'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위원은 공개 모집에 신청하고 주민자치활동에 관한 교육과정을 최소 6시간 이상 사전 이수한 사람을 '공개 추첨'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이들은 "행안부가 표준 조례안에서 '위원선정위' 조항을 삭제하고 추첨제를 권고한 데는 시 개정조례안같이 위원 구성에 읍·면·동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되는 점을 경계하는 한편 주민자치회장이 되고자 하는 인사가 자기편 사람을 추천하는 등 문제를 고려한 조치"라면서 "시 개정조례안은 공무원이 주민자치위를 행정서비스 하도급 또는 보조 기구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바로 보여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원식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도 "시 조례안대로 위원 선정이 이뤄지면 이는 '주민자치회'가 아니라 '주민관치회'에 다름 아니게 된다"며 "특히 기초의원들이 자신과 역할이 비슷한 주민자치위 위상과 역할 강화를 못마땅하게 여겨 시 집행부(읍·면·동장)를 부추겨 자기 사람을 위원으로 추천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이에 창원시에 "제9조 위원선정위원회 조항을 폐지하고 정부 권고에 맞춰 '주민자치회 위원의 공정한 선정을 위해 주민자치회 내 위원 추첨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는 항목을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밖에도 개정조례안이 △제21조(자치계획의 구성) 1항 3호 '읍·면·동 행정사무 협의계획' 제출 내용 폐지 △제22호(자치계획의 효력) 조항 폐지 △현행 조례에 있으나 개정조례안에서 삭제된 '주민자치회 권한' 조항 재삽입 △정부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역행하고 주민자치위를 주민참여지역위원회 하부로 취급한 제5조(기능) 조항 수정·보완 등 총 12개에 달하는 수정 요구 사항을 시에 전달했다.

창원시는 주민자치위가 구성돼 있지만 시민 참여가 저조해 위원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비춰 '위원선정위원회'를 두는 게 필요하다는 태도다. 다만, 제출받은 의견도 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협의회 의견을 조례심의위원회 등에서 충분하게 살핀 후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원식 교수는 "창원시는 경남 수부 도시인 만큼 이번 개정안 내용이 타 시·군에 미칠 영향이 크다"며 "이번 조례 개정은 주민 주권을 회복하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역량 강화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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