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만 취한 부산대, 지역공헌 약속은 '헌신짝'
나노국가산단 조성 타격
지역경제·교육환경 우려
이전 추진 대학행정 뭇매

올해 7월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가 최종 승인되면서 밀양시와 부산대 밀양캠퍼스 나노과학기술대학이 함께 추진해왔던 나노 사업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최근 부산대가 밀양캠퍼스에 있는 나노 관련 3개 학과를 양산으로 이전한다고 알려지면서 부산대 방침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2005년 부산대가 밀양대를 흡수 통합하고서 13년이 흘렀다. 그러나 밀양시민들은 부산대가 통합 당시 정부로부터 받았던 인센티브를 밀양캠퍼스 발전에 쓰지 않았으며, 도심에 있던 밀양대 폐교로 아직 지역 경제가 침체한 상태라고 토로하고 있다.

밀양캠퍼스 나노학과 양산 이전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부당성 등을 짚어본다.

▲ 밀양시 삼랑진읍 부산대학교 밀양캠퍼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전 내부 방침과 최종 확정 시기 = 부산대는 밀양캠퍼스 나노과학기술대학 3개 학과 중 2개 학과(나노에너지공학과, 나노메트로닉스공학과), 생명자원과학대학 11개 학과 중 1개 학과(IT응용공학과)를 신설 예정인 양산캠퍼스 융합과학기술대학으로 편입할 계획이다. 그러면 밀양캠퍼스에는 나노융합학부 1개 학과(석·박사 연구시설은 존치)만 남게 돼 나노과학기술대학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대학 터 30만 평 중 20만 평이 유휴터로, 의생명특성화캠퍼스(융합과학기술대학 신설) 조성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는 대통령과 경남지사 공약 사항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융합과학기술대학 양산캠퍼스를 신설하려면 먼저 다른 학과의 축소나 통폐합이 필수적이라며 학생 증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밀양시는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산대는 내부적으로 대학 이전 방침(안)을 확정했고, 이달 중 방침안에 따라 교육부에 '학생 정원 조정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12월 중 검토한 결과를 부산대에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양산지역 학계 관계자는 "나노학과 양산 이전은 이미 부산대 교무회의까지 거쳐 확정한 사안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면서 "부산대가 캠퍼스 앞에 NC백화점을 입점시켰다가 빚을 500억 원이나 져 수익성이 적은 부동산들을 처분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밀양캠퍼스 학과 이전도 그런 포석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나노학과 양산 이전 부당성 = 우선 부산대가 일방적으로 나노과학기술대학을 양산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은 교육부 승인 조건에 위배된다. 두 대학 통합 당시 교육부가 밀양캠퍼스의 나노·바이오(농생명) 특성화 조성을 대학 구조 개혁 모범 사례로 평가해 통합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또 부산대가 밀양대 폐교로 시내 상권이 공동화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옛 밀양대 터는 여전히 방치돼 있으며, 밀양은 청년 유동 인구 감소로 장기적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또 나노과학기술대학이 이전하면 지역 경기는 더욱 악화할 것이 자명하다.

밀양시와 관계에서 이득만 취하고 지역에 대한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과 도지사 공약인 밀양나노국가산단이 조성 중이고 나노융합연구단지와 연구기관 유치, 나노폴리텍대학과 나노마이스터고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데도 나노학과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나노산업 육성에 차질을 빚고 나노 기업·연구기관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통합으로 밀양 교육 환경이 붕괴했고 인구 감소, 지역 경제 손실 등 악영향을 미쳤기에 이번 사태로 부산대의 안일한 교육 행정과 밀실 행정에 대한 비판이 더 커질 전망이다.

엄용수 국회의원(자유한국당, 밀양·의령·함안·창녕)은 "부산대가 나노학과를 이전하는 것은 원래 통합 취지를 망각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단물만 빨아먹고 튀는 것이다. 정부가 부산대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할 때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는데, 밀양캠퍼스 경쟁력 향상에 쓰지 않고 본교에 쓴 것으로 들었다. 당시 교수와 학생이 밀양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애로사항도 다 고려해서 밀양에 온 것이다. 부산대가 이전 방침을 철회하고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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