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 도구' 글쓰기엔 늘 상대가 있다
저자, 일본 비평가·편집자  
대상에 대한 애정 담고
서로 다른 관점 수용해야

리뷰나 비평을 쓰고 싶은데 막막한가.

기자도 마찬가지다. 글 쓰는 직업이라 어디 하소연도 못한다. 리뷰나 비평 쓰는 법, 어디 배울 데 없나.

그러다 찾았다. 일본 비평가이자 편집자인 가와사키 쇼헤이가 쓴 책 <리뷰 쓰는 법>이다.

우선 저자가 생각하는 리뷰, 비평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변화를 생성하는 도구"라고 표현한다.

"다양한 가치관은 그대로 고정되지 않습니다. A를 사랑하는 사람은 평생 A를 사랑해야만 할까요? B를 싫어하는 사람이 언젠가 'B도 나쁘지 않네' 하고 마음이 바뀌면 안 되는 걸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사를 되짚어 봐도 인류사를 봐도 변화는 긍정해야 할 성질이지 꺼릴 태도가 아닙니다. 가치관이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도외시한다면 다양성은 대번에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12쪽)

비평의 대상에 접근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영화를 예로 들겠다. 영화는 여러 매개체를 통해 누구나 접한다. 자연스레 인터넷을 타고 엄청난 양의 리뷰나 비평이 가지를 뻗는다.

글을 쓰는 주체도 여럿이다. 전문 비평가부터 누리꾼까지, 누구나 쓰려면 쓴다.

반면 쓰지 못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들은 쓰고 싶다는 욕망을 죽이면서까지 왜 쓰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의 근심을 파고들어 보면 '주장하고 싶은 바를 글로 썼다가 반발을 사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주저나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악플처럼, 어떤 주장이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면서 동시에 격렬한 반발을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이나 혼잣말에 즉각 반응이 오는 현상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14쪽)

시대의 요청은 분명히 여러 가치관이 자유롭게 존재하는 모양일 텐데,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나와 다른 가치관에 쏟아지는 분노의 양과 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서 저자가 책을 펴낸 동기가 나온다.

"'용기를 내어 주장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쓰고, 어떤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까?' 이런 질문이 이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열쇠로서 앞서 말한 "상호 간의 가치 차이를 명료히 하고, 서로가 새로운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비평의 속성이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15쪽)

책 대부분은 비평을 쓰는 방법론을 소개하는 데 할애한다. 필요할 때마다 관련 토막을 찾아 참고하면 좋을 구성이다.

반대로 1장 '비평의 의미'는 비평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마다 마음에 두고 곱씹으면 도움이 될 내용으로 채웠다. 가령 눈길을 끄는 대목 하나인 '비평의 목적'.

"이렇듯 어떤 부분을 비평함으로써 부분을 포함한 전체의 구조를 (좋게) 바꾸려는 것이 비평의 목적입니다. (중략)사랑 없는 자, 쓰지도 말라. 대상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그 대상의 현재와 미래를 이러쿵저러쿵 논한들 설득력도 없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을 촉발시키지도 못합니다. 물론 사랑이 전부는 아니지만 사랑 없이는 좋은 비평의 첫걸음을 떼기 어렵습니다."

책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까닭은 출판사다. 도서출판 유유는 표지에 타이포그래피, 추상적 이미지를 곧잘 활용한다. 간결하고 명쾌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독자라면 손이 가게 마련이다.

도서출판 유유 펴냄, 225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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