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의미를 찾아서

지난해 11월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에서 헌책방 영록서점을 운영하던 박희찬 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120여 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보관했던 영록서점은 지역에서 하나의 명물로 인식됐다.

46년간 책방지기로서 삶을 살아왔던 그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 번쯤 영록서점을 찾았던 이들은 묵은 종이 냄새를 맡으며 오래된 책들을 뒤적였던 추억을 곱씹었다. 문화예술계는 생전 박 대표가 보였던 헌책에 대한 열정을 되새겼으며, 한편으로는 존폐 위기에 몰린 책방의 앞날을 걱정했다.

책방의 새 얼굴을 찾지 못하면 수 만 권의 헌책들은 고스란히 폐기될 판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대로 문을 닫을지에 대한 관심도 금세 사그라졌다.

그저 수많은 자영업자 가운데 또 하나의 가게가 스러져 가는 것인지, 시대가 변했기에 헌책이 팔리지 않는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꼬리를 물었다.

어쩌면 헌책방이 지닌 가치와 의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래서 그 소중함을 허투루 생각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물음도 스스로 던져 봤다. 헌책방을 단순히 헌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적인 상징으로서 접근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생각 끝에 이 시대에 왜 헌책방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살리고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찾기로 했다. 누군가는 답이 없다고도 했다. 물론 정해진 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래까지 없는 건 아니다. 낙담도 비관도 할 수 없는 헌책방의 미래를 찾고자 하는 이유다. 지역 헌책방을 지키는 사람들과 헌책방을 살리고자 크고 작은 활동을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5차례 보도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