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도 안 읽는 세상인데 누가 이런 데를 찾겠어요…
진해고 앞 진해 헌책서점 학생들 단골 코스였지만 이젠 깊은 적막만 흐르고
진주 칠암동 소소책방 높은 임대료·운영난에 5년 동안 3번이나 이사
17년 된 진주 형설서점 인터넷 판매로 겨우 유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59.9%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역대 최저치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책이 아니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정보 대부분을 습득한다.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신간을 파는 중소서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형서점마저 수익이 악화하는 상황이다. 손때 묻은 책을 다루는 동네 헌책방은 오죽할까.

그나마 책을 구매하는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대형 중고서점까지 잇따라 들어서면서 헌책방의 숫자는 줄고 있다. 지역 헌책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도내에는 그나마 창원·진주지역에서 명맥을 잇는 이들을 찾을 수 있다. 사라지는 곳 사이에서 버티는 이들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책방지기 삶을 잇는 그들을 만나 헌책방의 현실과 운영 어려움 등을 들여다봤다.

◇발길이 끊긴 책방들

창원에서 헌책방의 체취는 대부분 마산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 전국 7대 도시로 손꼽혔던 마산에서 헌책방을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국제서점, 세계서점, 천원서점, 미리내서점 등 학교 앞이나 골목 구석구석에 터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쇠퇴하는 도시처럼 헌책방도 차츰 스러져 갔다. 지금은 서너 곳만 남아 그 모습을 유지할 뿐이다.

책방 주인을 잃고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영록서점은 현재 건물주가 인수해 운영 중이다. 영록서점 건물주였던 엄영호(61) 씨는 평생 박 씨가 모은 책이 고스란히 버려지는 걸 차마 두고 보지 못했다. 장사하겠다는 의지보다 어떻겠든 책방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방대한 책을 계속 정리하고 북카페 공간도 꾸몄지만, 책방을 찾는 발길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책방을 영위하는 삶은 건물주에게도 힘겨운 나날들이다.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문을 열어도 창동예술촌을 찾은 방문객들의 사진 속 배경이 될 뿐이다. 세입자로 살다 간 박 씨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이 간다.

마산 중부경찰서에서 경남대 쪽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마산 헌책서점은 15년 사이 자리를 두 번 옮겼다. 책방을 운영하는 한영일(51) 씨는 매달 가게 세를 꼬박 냈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인수한 이유다.

그 역시 책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낡고 오래된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귀한 자료가 되어 제 품을 떠나는 것을 낙으로 삼아 하루를 버틴다.

▲ 마산헌책서점을 운영하는 한영일 씨가 서가를 살펴보고 있다. /문정민 기자

진해 여좌동에 있는 진해 헌책서점 주인인 서성룡(45)씨는 10평 남짓한 공간을 채우는 적막감이 익숙하다. 10년 전 진해고등학교 앞에 헌책방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학생들이 제법 들락거렸다. 지금은 학생들의 왁자한 소리마저 낡은 책 속에 묻힌 듯하다.

어떨 땐 종일 한 명도 찾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런 일상에서 서 씨는 체념한 듯한 반응이다. "요즘은 신문도 안 읽지 않습니까. 새로 나온 책도 안 읽는데 헌책도 어쩔 수 없지요…."

◇"아들도 안 하려고 하죠"

진주지역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헌책방이 더러 눈에 띄었다. 소소책방을 운영하는 조경국(45) 씨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책방살림을 이어가던 곳을 언뜻 떠올렸다. 중앙서점, 문화서점, 시인서점, 송강서점, 지리산 등 그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책방은 흔적을 지운 지 오래다.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책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소소책방일지> 책을 내기도 했다.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글과 사진으로 남긴 책방지기의 기록이다.

▲ 진주 소소책방에 헌책들이 쌓여 있다. /문정민 기자

 

단지 책이 좋아서 5년 전 헌책방을 시작한 그는 3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매번 비싼 임대료에 밀려나 지금은 지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내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이사를 할수록 책방 공간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헌책 규모도 조금씩 줄었다. 그는 외부 원고를 쓰고 강의에 나서는 등 '알바'도 마다치 않는다. 헌책만 팔아서는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헌책방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던 그조차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 간다'고 표현한다. 좋아서 하는 일도 녹록지 않은 게 헌책방의 현실이다.

진주 남강을 낀 동훈서점은 20년 세월을 잇고 있다. 정서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59.9%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셈이다. 역대 최저치 기록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책이 아니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정보 대부분을 습득한다. 정보와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신간을 파는 중소서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형서점마저 수익이 악화하는 상황이다. 손때 묻은 책을 다루는 동네 헌책방은 오죽할까.

그나마 책을 구매하는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대형 중고서점까지 잇따라 들어서면서 헌책방의 숫자는 줄고 있다. 지역 헌책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도내에는 그나마 창원·진주지역에서 명맥을 잇는 이들을 찾을 수 있다. 사라지는 곳 사이에서 버티는 이들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책방지기 삶을 잇는 그들을 만나 헌책방의 현실과 운영 어려움 등을 들여다봤다.

◇발길이 끊긴 책방들

창원에서 헌책방의 체취는 대부분 마산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 전국 7대 도시로 손꼽혔던 마산에서 헌책방을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국제서점, 세계서점, 천원서점, 미리내서점 등 학교 앞이나 골목 구석구석에 터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쇠퇴하는 도시처럼 헌책방도 차츰 스러져 갔다. 지금은 서너 곳만 남아 그 모습을 유지할 뿐이다.

책방 주인을 잃고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영록서점은 현재 건물주가 인수해 운영 중이다. 영록서점 건물주였던 엄영호(61) 씨는 평생 박 씨가 모은 책이 고스란히 버려지는 걸 차마 두고 보지 못했다. 장사하겠다는 의지보다 어떻겠든 책방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방대한 책을 계속 정리하고 북카페 공간도 꾸몄지만, 책방을 찾는 발길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책방을 영위하는 삶은 건물주에게도 힘겨운 나날들이다.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문을 열어도 창동예술촌을 찾은 방문객들의 사진 속 배경이 될 뿐이다. 세입자로 살다 간 박 씨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이 간다.

마산 중부경찰서에서 경남대 쪽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마산 헌책서점은 15년 사이 자리를 두 번 옮겼다. 책방을 운영하는 한영일(51) 씨는 매달 가게 세를 꼬박 냈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인수한 이유다.

그 역시 책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낡고 오래된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누군가에게 귀한 자료가 되어 제 품을 떠나는 것을 낙으로 삼아 하루를 버틴다.

진해 여좌동에 있는 진해 헌책서점 주인인 서성룡(45)씨는 10평 남짓한 공간을 채우는 적막감이 익숙하다. 10년 전 진해고등학교 앞에 헌책방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학생들이 제법 들락거렸다. 지금은 학생들의 왁자한 소리마저 낡은 책 속에 묻힌 듯하다.

어떨 땐 종일 한 명도 찾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런 일상에서 서 씨는 체념한 듯한 반응이다. "요즘은 신문도 안 읽지 않습니까. 새로 나온 책도 안 읽는데 헌책도 어쩔 수 없지요…."

◇"아들도 안 하려고 하죠"

진주지역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헌책방이 더러 눈에 띄었다. 소소책방을 운영하는 조경국(45) 씨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책방살림을 이어가던 곳을 언뜻 떠올렸다. 중앙서점, 문화서점, 시인서점, 송강서점, 지리산 등 그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책방은 흔적을 지운 지 오래다.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책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소소책방일지> 책을 내기도 했다.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글과 사진으로 남긴 책방지기의 기록이다.

단지 책이 좋아서 5년 전 헌책방을 시작한 그는 3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매번 비싼 임대료에 밀려나 지금은 지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내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이사를 할수록 책방 공간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헌책 규모도 조금씩 줄었다. 그는 외부 원고를 쓰고 강의에 나서는 등 '알바'도 마다치 않는다. 헌책만 팔아서는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헌책방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던 그조차 이제는 '서서히 저물어 간다'고 표현한다. 좋아서 하는 일도 녹록지 않은 게 헌책방의 현실이다.

진주 남강을 낀 동훈서점은 20년 세월을 잇고 있다. 정서훈(38) 씨는 10년 전 부모님이 하던 헌책방을 이어받았다. 그는 책이 빼곡히 들어선 공간에 젊은 감각을 동원해 변화를 줬다. 찬찬히 책을 살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단순히 헌책을 파는 개념을 벗어나려 했다.

시집을 읽다가 눈에 띄는 시구를 엽서에 필사로 옮겼다. 흡사 트렌디한 독립서점 같은 분위기다. 오래된 헌책방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그이지만 당장 계약 만료를 앞두고 책방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 진주 동훈서점 정서훈 사장은 부모님이 하던 헌책방을 이어 받았다. /문정민 기자

봉곡광장 사거리에 있는 형설서점을 17년째 운영하고 있는 최준(55) 씨는 친구 따라 시작한 헌책방이 평생 업이 됐다. 고서뿐 아니라 절판된 책, 희귀본 등도 다수 보관하고 있는 그는 요즘 헌책방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신학기 때마다 붐비던 학생들은 사라지고 그나마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주문으로 수익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소문난서점은 지역에서 제법 오래된 헌책방으로 꼽힌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시절 돈을 벌고자 만화책 좌판을 벌였던 이무웅(75) 씨가 헌책방을 꾸린 세월만 50여 년이 된다.

책방을 들어서면 50여 평 공간에 드넓게 펼쳐진 책이 눈길을 끈다. 도내에서도 영록서점 다음으로 큰 규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 씨는 널찍한 공간을 홀로 지킬 때가 잦다. 진주시외터미널 2층에 터를 잡고 있는지라 길손이 한 번씩 들르지만 잠시 시간을 보내는 정도다.

▲ 소문난서점 이무웅 사장. 그가 헌책방을 꾸린 세월만 50여 년이 된다. /문정민 기자

헌책과 일생을 함께한 이 씨는 묵묵히 버텨온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아들에게 책방을 물려주고자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원치 않는다'는 것. 책방의 운명은 오로지 이 씨 손에 달렸다. 그는 쉬이 셔터를 내리지 못한다. 경남 전역을 아우르는 장서와 희귀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책방을 손님이 찾을까 싶어서다. 이 씨는 오늘도 노쇠한 몸을 이끌고 책방 문을 연다.

 

※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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