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태봉고 학생들 학교 품은 마을 사는 홀몸 어르신과 결연

'공동체' 가치를 지향하는 창원 태봉고등학교는 학교를 넘어 인근 마을 주민과 공동체 관계망 형성을 시작했다.

태봉고 학생은 지난 9월 추석 때부터 태봉마을 홀몸 어르신 10여 가구를 찾아가고 있다. 2010년 개교때부터 일부 학생들이 학교와 마을 주변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기도 했는데, 그 탓에 주민들과 사이가 나빠졌다. 이후 이렇다할 관계 형성이 없는 채로 지내왔다.

태봉고 학생회 공동체부는 지난 9월 '할매, 혼자요?'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자발적인 지원을 받아 학생 2명이 70~80대 홀몸 어르신 1가구를 방문해 말벗이 되고, 청소 등 일손을 돕기로 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시작 전날 어르신에게 휴지 등 생필품이나 학교에서 직접 만든 빵도 선물했다. 애초 사전 조사를 통해 10가구를 방문했는데, 마을 요청으로 14가구까지 늘었다.

공동체가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까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김하민(17) 학생회 공동체부장은 "공동체회의에서 양할머니·할아버지 관계를 맺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논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9월 추석 연휴 전날 창원 태봉고 학생들이 태봉마을에 사는 홀몸 어르신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태봉고

태봉고는 개인 사정으로 통학하는 학생 4명을 빼고 127명이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니 규칙이 필요했고, 교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공동체회의'를 통해 '책임제'를 만들어 냈다. 밤 10시 이후 무단 외출 시 '공동체 사과', 지각 시 '셔틀런(20m거리를 왕복으로 달리는 것)' 등이다. 이외 다양한 문제를 공동체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공동체 생활을 배운 학생은 일반고 교육과정을 거치는 학생과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김하민 부장은 "일반고에 진학한 친구들에게는 자유롭고 놀기만 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공동이 노력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이해하도록 설명하기가 어려웠다"며 "이런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태봉고와 같은 학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도화 태봉고 교사는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 생활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과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생활을 통해 해결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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