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잇단 목격담 올라와
"소리치거나 자극하면 위험
나무나 바위 뒤로 숨어야"

마산대학교에 다니는 ㄱ 씨가 학교에서 멧돼지를 본 건 지난 4일 오후 10시께였다. 기숙사로 가던 ㄱ 씨는 멧돼지 2마리가 숲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 머리가 하얘진 ㄱ 씨는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꺅" "꺅" 뒤이어 오던 5명 무리도 멧돼지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다행히 멧돼지가 달려들진 않았다.

페이스북 '마산대학교 대나무숲'은 요즘 '멧돼지'로 시끌벅적하다. 멧돼지를 봤다는 글과 함께 사진이 지난달부터 올라오고 있다. ㄱ 씨 역시 멧돼지를 본 후 곧장 글을 올렸다. 그의 글에는 댓글이 500여 개나 달렸다. 반응을 놓고 보자면 학생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직접 마주한 이들은 당시의 공포감을 전했다. 한 학생이 '눈마주친 멧돼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는 흐릿하지만 멧돼지가 카메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멧돼지 목격담이 늘어나자 커뮤니티에는 '멧돼지를 만났을 때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글까지 올라왔다. 마산대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멧돼지 이야기를 꺼내자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7일 기준 올해 창원지역 멧돼지 출몰 신고 접수 및 출동 건수는 21건이다. 지난해에는 44건이었다.

멧돼지가 산을 내려와 사람이 사는 곳에 나타나는 횟수는 11~12월 늘어난다. 이는 개체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이른 봄에 새끼를 배 5~6월 출산하는데 한 번에 7~8마리, 많게는 12~13마리를 낳는다. 새끼는 10월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몸집이 커지고 먹는 양도 늘어난다. 영역·먹이 다툼을 벌이다 민가로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오수진 경남수렵인참여연대 회장은 "지금부터 12월까지 멧돼지가 민가로 출몰하는 횟수가 많아진다"며 "멧돼지는 먼저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소리치거나 돌을 던지는 등 자극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우산이나 옷을 펼쳐 몸집을 크게 보이면 멧돼지가 달려들지 못한다"며 "가까이 있는 나무나 바위 뒤로 천천히 숨되 등을 보이며 도망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구청마다 수확기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있다. 멧돼지 출몰 신고가 접수되면 수렵인들이 현장에 나가서 잡고 있다"며 "울타리 설치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신청을 받아 심의 후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비용의 40%는 자부담해야 하는데도 신청자가 많은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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