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동 밀치고 물건 던져
경찰 '기소 의견'검찰 송치
학부모들 민사 소송 준비
유치원 "사과…심리치료 중"

"아이가 유치원 차만 봐도 숨어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요. 집에서 밥 먹다가 숟가락을 떨어뜨리자 '미안해'라며, 손으로 빌더라고요. 울 때도 소리 내서 울지 않고, 참으면서 우는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어요."

8일 창원시 한 카페에 모인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유치원 교사 학대 혐의 때문에 아이가 유치원을 그만두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유치원 한 반 18명 중 8명이 유치원을 그만뒀다.

사건은 지난 8월 말에 시작됐다. 학부모 한 명이 아이가 옷에 배변을 자주 하고, 유치원에 가기 싫어해서 이를 확인하다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신고했다.

학부모들은 이 당시만 해도 한 아이에 한정된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난 10월 초 경찰서에서 CCTV를 보고 경악했다. 경찰은 신고 이전 3개월치 CCTV 영상에서 그 반 전체가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당한 정황을 포착했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에서 수영하는 날이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가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데, 교사가 옷을 당기면서 윗옷이 벗겨진 상태로 아이들 앞에서 혼을 내더라. 또, 다른 영상에서는 스케치북으로 아이가 머리를 맞기도 하고, 교사가 앉아 있는 아이 발을 밟는 장면도 있었다"며 분노했다.

학부모들은 "교사가 아이들을 줄 세워서 물티슈로 얼굴을 닦거나 밥을 먹이다 아이 목이 뒤로 젖혀지게 밀치는 장면, 아이 엉덩이를 발로 밀치는 장면, 식판·유인물을 던지는 장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유치원 교사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유치원 원장도 양벌 규정에 의거해 함께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에 사과, 아이 심리 치료, 전 교실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민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원장, 교사가 사과는 했다. 그런데 원장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태도를 보였고, 민사 소송을 하라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또 다른 부모도 "불안하고 화가 나서 유치원에 그만 보낸다. 그런데 이제 유치원을 그만뒀으니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해서 답답하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유치원 수가 적어서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서 집에 데리고 있다. 맞벌이 부모는 유치원에 그만 보내고 싶어도 보낼 곳이 없어서 계속 보내고 있다. 내년에 유치원 보낼 일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아동 학대 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그 교사는 우리 유치원에서 올해 3년째 일했다. 우리 유치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동학대 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교사에게 교육을 했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남은 아이와 학부모에 대해서는 심리 치료를 진행 중이다. CCTV도 전체 반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