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있는 소바 가게로 가시죠" 지역신문발전위 기획취재로 찾은 도쿄에서 만난 관계자는 유명한 맛집을 소개하겠다며 길을 안내했다. 한편으론 한국에도 이미 익숙한 일본 요리인지라 속으로 크게 다른 게 있을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소바의 맛과 특징 등 관계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기를 얼마 후 예스러운 건물이 눈앞에 드러났다. 언뜻 보기에 고즈넉한 고택의 향기를 품은 듯했다. 알고 보니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킨 가게였다. 몇 년 전 화재로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은 타버렸지만, 다시 옛 모습을 재현해 지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자리 잡은 오랜 점포들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우동집, 선술집, 소바집 등 대부분 1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오랜 역사와 기억을 이고 지며, 오늘날까지 한 자리를 지킨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한국이었으면 벌써 낡고 퇴색한 건물을 밀어내고, 새롭고 트렌디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씁쓸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존속한 가게가 2만 2000곳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90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창업·폐업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갈수록 살아남기가 어려운 게 한국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중기부는 백년 가게 육성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책적으로 다소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따르지만, 취지와 방향에서만큼은 공감하고 지지한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소상공인을 찾아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그래서 언젠가 100년 된 가게에서 비빔밥, 갈비, 냉면을 맛볼 수 있는 날이 넘쳤으면 하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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