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정권 딜레마 압축판
노조 반대 극복 못하면 공멸 불가피

지금 광주는 노동 문제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정부·여당이 나서 완성차공장을 지으려 하고 있으나 민주노총·현대차노조 등 노동계 반발이 거센 '광주형 일자리' 이야기다.

정부·광주시가 노동계 반대를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되는데 결론이 어떻든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사업이 무산되면 노동계 눈치 보느라 1만 개 이상 일자리를 포기했다는 뒷말이 나올 거고 반대로 성사된다 하더라도 총파업 등을 예고한 노동계와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돌아보면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주요 노동 현안이 유사한 지형에 놓여 있다. 모두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적극성을 보여온 사안이지만 현재는 '현실론'에 상당히 기울어 있는 반면 노동계는 한결같이 '원칙론', '이상론'으로 압박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로 글을 시작했으니 이에 국한해 시시비비를 가려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차노조나 민주노총은 아예 딴 나라에 사는 사람들 같다.

광주형 일자리 핵심 반대 논리가 자동차산업 불황이라는데 그럼 지금 정부나 기업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은 대체 어디인가? 백번 양보해 미래가 불투명한 곳에 투자한다는 지적이 맞다 쳐도 '일자리 반대'를 외치며 파업하는 게 말이 되는가? 나름 고액 연봉 받는 분들이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이들에게 그 연봉 일부가 갈까 두려워 파업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노동계는 또 광주형 일자리가 저임금·하청에 기초한 '나쁜 일자리'라고 비판하는데 그 '자존심 강한' 문재인 정부가 앞뒤 안 가리고 단기·공공 일자리까지 급조하는 판국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최악이다. '나쁜 일자리라도 달라'는 사람이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지역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주거·교육·의료 등 복지 혜택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것이 먼저"라는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지난달 31일 성명 내용은 더 심각하다. 정부·여당·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 인프라 구축에 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응답이었는데 전형적인 조직 이기주의였다.

지역 중소기업 노동자 사정도 딱히 좋진 않겠지만 일자리는 물론 노조 가입할 기회조차 없는, 하루하루 생존이 급박한 청년 실업자 등등이 누구보다 우선이어야 마땅하다. 그게 노동운동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고 노동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다.

따져보면 최근 노동계로 말미암은 곤혹스러움에 문재인 정부나 여당도 별로 할 말은 없다. 과거 정권 시절, 노동계의 '원칙론'을 누구보다 잘 써먹었던 장본인이 바로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 각종 노동 현안을 둘러싼 현재의 어정쩡함도 바로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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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나. 결자해지다. 이대로 가면 정권-노동계 모두 공멸의 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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