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부처 소관 66개 법률의 571개 사무를 중앙사무에서 지방사무로 이양하는 것은 예민한 문제다. 하나하나 다 뜯어보고 각 지역 입장 차이가 생길 수도 있으며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문제를 지방분권의 핵심인양 다뤄선 안 된다.

권한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재원(예산)이 수반되는데 지방공무원들의 역량과 총액인건비제에 의한 제한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이양일괄법과 함께 정부가 발의한 일명 '지방분권특별법(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에는 제11조 4항 신설조항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이양받은 권한 및 사무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도록 기구·인력의 효율적인 배치 및 예산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권한 이양에 있어 중앙정부가 속도전을 하는 데 있다. 의안 제안이유에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기로 심의·의결한 권한과 사무를 조속히 이양할 것'이라 적혀있다. 지방이양일괄법의 정확한 의안명은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6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으로 66개의 법률을 일괄 개정하여 한 번에 몰아서 한다는 것이다. 66개 법률의 571개의 사무가 한꺼번에 중앙사무에서 지방사무로 내려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행·재정적 차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게 비정상적인가. 심지어 행정안전부는 "이번 법률 제정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제2차·제3차의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지속 추진하여,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을 보다 신속히 이루어 나가겠다"고 향후계획을 밝혔다. 분권은 절차가 있고 적절한 속도가 있는데 571개의 사무가 일괄이양되기도 전에 이후 계획을 그린다는 것은 지방행정의 과부하와 재정 여력 불가능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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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정말로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을 하고 싶다면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국회와 함께 선 비용추계를 한 뒤에 사무별로 각각의 법률안을 개정하여 이양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권한이양을 통한 자치분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책무를 다할 수 있는 행·재정적 여건을 보장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무조건적 권한 이양은 지방분권이 아니라 책임 떠넘기기일 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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