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근 대학교수 한 분과 말씀을 나누던 중에 요즘은 기업으로부터 함께 기술개발을 해보자는 제의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최근 2년간 경남지역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사업 신청률은 전국대비 4% 초반에 머물고 있어 전국대비 6.7%를 차지하는 지역 중소기업 수와 단순 비교해보더라도 크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요즘 경남지역의 주력산업 침체 등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의지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이에 우리와 이웃한 경남의 기업들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개발 사업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해에 있는 H사는 항공기 엔진부품 전문 생산기업으로 2012년에 기술개발 자금과 개발된 제품의 판매를 동시에 지원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에 참여하였다. 회사 연구진의 2년간의 노력으로 기술개발에 성공한 후 수요처인 대기업의 구매로까지 이어져 연간 약 15억 원의 매출이 상승하게 되었다. 이를 발판으로 유럽 고객사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최근 3년간 매년 10%가 넘는 꾸준한 매출성장과 고용 확대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대기업만이 독점해오던 항공기 부품과 터빈엔진 분야의 수출을 중소기업이 당당히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천에 있는 D사는 구조정 등 고속 소형선박 제조의 선두기업이다. 2014년에 기존 제품개선 및 공정개선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공정·품질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여 독창적이고 우수한 선박 생산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2015년에는 창업 초기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창업성장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새로운 아이템인 수륙양용 선박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하였다.

연이은 기술개발 성공을 발판 삼아 매출액이 3년 전보다 3배 이상, 근로자 수는 약 2.5배 늘어나는 등 회사가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우수기술 보유업체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국내에는 해경, 소방서 등에 구조정, 소방정을 납품하고 국외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고속보트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해에 있는 세탁기 및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기업인 U사는 사업 초기에는 세탁기 부품 생산에 치중되어 있었으나 고객사 해외공장이 홍수피해로 6개월간 생산이 중지되는 사고를 겪으며 매출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자동차 에어컨 컴프레서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연구 인력의 확보에 애로를 겪던 중에 2015년에 '산학연협력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여 대학의 우수인력과 연구시설을 활용해 기술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매출 190여억 원, 종업원 80여 명의 기업으로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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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이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남다른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개발사업은 내년 1월부터 신청을 받게 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도내 기업들이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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