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미산마을에도 재개발 유혹이 있었다. 그러나 성미산마을 공동체는 구체적인 논리로 맞서 아파트촌 건설 계획을 무산시켰다.

2001년 7월 성미산 일대 땅을 소유한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서울시의 배수지개발사업에 맞춰 12~15층 42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계획을 내놨다.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을 구성하고 성미산 생태조사, 배수지 조사, 한양학원 땅 소유 문제 조사, 서울시와 구청에 대안적 정책 제안, 주민홍보사업, 서명운동 등을 했다. 2년 후 한양학원은 아파트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또 땅을 사들인 홍익학원이 2010년 성미산에 학교를 지으려 할 때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홍익대 교수가 참여한 점, 당시 구속 중인 서울시교육감을 대신해 국장 전결로 난 공사 허가가 정부 지침을 어긴 점 등을 근거로 반대 운동에 나섰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미산에 홍익학원 학교 설립을 막지는 못했다. 그래도 성미산마을 주민은 △개발된 20%를 제외한 나머지 80% 땅을 서울시가 소유하면서 공원으로 지정해 개발 위협이 사라진 점 △공동체 구성원간 관계가 넓어지고 깊어진 점 △성미산의 생태적 가치를 공동체 구성원 외 주민들과 공유한 점 등 많은 성과를 얻었다.

성미산마을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아이들이 뛰어놀 성미산의 생태환경적 가치였다.

이는 공동육아를 위해 모인 주민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었다.

성미산마을 사슴(박미라) 씨는 "단독 주택과 빌라가 많은 동네를 싹 밀고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홍익학원이 학교 짓고 난 후 일부 주민이 기대했던 것처럼 땅·집값이 오른다거나 상권이 살아나는 현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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