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남은행 갤러리서 팔순 기념 회고전 개막
초현실주의 작품 50여 점…미디어 아트 재구성

바람이 춤을 춘다. 바람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색일까.

황원철 화백이 '산수(傘壽) 기념 회고전'을 6일 BNK 경남은행 갤러리 1~2층에서 연다. '바람, 근작(近作)을 중심으로'라는 부제가 단 만큼 올해의 신작을 공개하고 2010년 이후 그린 '바람' 연작 등 50여 점을 내건다.

바람은 올해 팔순을 맞이한 화백의 작업을 대표한다. '바람의 작가'로 불리는 그는 70년대 후반, 문경새재의 도요지 생활 중 바람이란 환상에 사로잡힌다.

▲ 황원철 작 '바람의 궤적18-b' 일부분. /이미지 기자

"처음에는 사실화를 그렸다. 그러다 비구상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회의가 들었다. 국전에 낼 작품들이 참 진부하더라. 모든 걸 접고 문경에서 도자기를 만졌다. 그런데 그 가마 불빛에서 희뿌연 바람이 보였다. 아마 환각이었겠지. 하지만 분명히 보았다. 안개와 구름이 자욱했던 곳, 무속신앙이 강했던 문경에서 지나가는 바람을 만났다."

지난달 회고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이때부터 바람을 좇았다고 했다. 시작은 문경이었지만 바람은 그의 온몸 구석구석에 있었다. 캔버스에 드러난 바람은 고향 함안의 억새와 버들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 청년 시절 살았던 마산 앵기밭골 골짜기의 바람, 합포만의 물보라 날리는 바닷바람이었다.

이는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1980년 오스트리아에서 초대전을 열었을 때 '한국적인 환상주의'라는 평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바람의 작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양화지만 아주 한국적인 추상을 만들고 남방적인 초현실주의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착을 부단히 실현하려는 그의 작화 태도는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40년 가까이 그린 바람은 8단계를 거치며 깊어졌다. 화백은 <바람의 여로>라는 책을 내며 무형의 실체를 시각화한 그의 우주관을 알리기도 했다.

"이번 팔순 기념전은 그간의 바람의 궤적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의 말처럼 이번 전시는 그만의 예술세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동안의 활동을 모아 영상으로 선보이고 미디어 아트로 작품을 재구성한다. '합포만의 풍경과 바람'과 '아라의 바람'을 영상화한 설치 작업을 볼 수 있다. 또 지난 여름날 고약했던 무더위를 피해 정자나무 밑에서 그렸던 드로잉도 내보인다.

특히 화백은 이번 산수 기념 회고전을 계기로 '풍헌'이라는 호를 쓰겠다고 밝혔다. 바람을 뜻하는 풍(風)과 지붕을 말하는 헌(軒)을 썼다.

"교수 생활을 마치고 함안으로 돌아와 사제동행으로 살아가고 있다. 풍헌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고향에서 창작에 매진할 것이다. 예술은 곧 힘이자 기다. 모자라지 않다. 오히려 어떤 젊은이보다 넘친다. 앞으로 3년간 서울, 일본 등에서 산수 기념 회고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화백은 현재 창원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여는 행사 6일 오후 5시. 전시는 23일까지. 문의 055-290-8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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