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리깨나 잘하는 서울 사는 향우가 오랜만에 전화로 나의 병 걱정을 해주어 반가웠습니다. 근 30분 통화 끝에 친구는 나에게 "너 언제 상경(上京) 좀…" 하다가, 내가 '상경'이란 말에 늘 알레르기 반응을 한다는 걸 아차 깨달았는지 얼른 신소리 재치로 둘러댔습니다. "야, '상경'이 뭣하면 태풍처럼 '북상(北上)' 좀 하지 그러냐" 하여 파안을 하고 말았습니다.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나온 말인 '상경'이나 '하향(下鄕)'의 어폐야 이미 고질이 되어 수술이 귀찮아 달고 사는 치질처럼 된 지 오랩니다. 우스운 표현으로 그 '어폐 치질'에 꽉 찬 고름을 살인 양 여기며 산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상감(上監)이 계시던 곳이라서(?) '서울은 높다'로 통하고 자리매김으로 굳어진 나라에서의 '올라가는 서울'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수평적 정체성에 반(反)하는 수직적 언어 폐단이자 멸향(蔑鄕) 이데올로기일 뿐입니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 신바람이

'서울 가는 북행열차'

노래로도 신나야 하네

비키니

그 섬 거북이 닮은

말 줏대 '방향감각' 서글퍼!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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