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는 시행되기 전부터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전사고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입법을 통한 안전장치는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법 제정 한 달을 넘긴 현재 법을 지키는 이는 많지 않고 창원시처럼 공영자전거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분실 등으로 인한 세금낭비를 고민하고 있다. 불과 한 달이 지났으므로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의 생활을 옭아매는 나쁜 입법이 될 우려도 있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졸속입법의 굴레를 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잘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 있었다. 실제로 자전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편리한 수단이거나 레저용이라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교통수단으로서 법률로 제한받는 이용에 대해 불편해하고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데 의무화를 한다고 해 목표한 대로 시행될 턱이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 등 이용자가 법률을 지킬 만큼 제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다가 끊기고 심지어는 차들이 주차하는 등 장애요소들이 너무 많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은 되어있지 않은 터에 법률이 지켜질 턱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여론을 듣고 적절한 수준의 법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국민 안전을 우선하는 정부라는 보여주기식 입법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으므로 법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후속 조치들이 있다면 졸속입법으로 인한 제반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다. 애초에 법 위반에 벌칙 조항을 두지 않은 이유도 자전거의 특성과 법 집행에 따른 국민 거부감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은 안전한 자전거 사용을 위한 환경조성부터 해야 한다. 자전거 선진국들은 헬멧을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자전거는 잘 달린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사고 다발 등 여론이 비등하다고 해서 국민의 생활 자체를 규정하자고 들면 법 무서워 못 사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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