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일명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이 통과되었다. 대다수 지역언론들은 지방이양일괄법이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기사와 사설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필자는 지방정치와 의회정치를 주로 관찰해온 관점에서 지방이양일괄법은 당장 판단해서도 안 된다는 견해며 우려스러움도 가지고 있다. 먼저 지방이양일괄법의 조문 전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연히 되어야 한다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시 보도 내용조차 23일 국무회의 통과 직후 행정안전부가 배포한 A4 10쪽 분량의 보도자료의 내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최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의안 원문을 보면 처참하다. 의안 원문에 포함된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6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보면 "동 법률 제정에 의한 별도의 재정지출 증가 및 수입 감소 요인 부재"라면서도 "업무 수행 주체 변경에 따라 기존 수행 주체에서 이양받는 대상으로의 관련 인력 및 예산 이전 필요"라 기재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의안의 내용이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며 비용추계서 미첨부 근거로 삼았다. 향후 구체적 인력 및 예산에 대해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여기서 결정할 것이라며 권한 이양을 위한 중앙정부의 책임을 떠넘겼다.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도 우려스럽다. 중앙부처와 국회가 예산편성과 심의과정을 통해 산정근거와 지원비율을 정하는 게 아닌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라는 소수의 인원이 참가한 위원회가 정하는 것은 독단적이며 비민주적이다. 지방분권특별법 개정안 제46조 11항에는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등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들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끔 하고 있어 중앙정부에 칼자루까지 준 셈이다. 안 부칙 제3조를 통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 법에 따른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의 지방 일괄 이양에 필요한 인력 및 재정 소요 사항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 이 법 시행일 3개월 전까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으나 3개월이 예산편성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지 우려스럽다.

안일규.jpg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