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도시 '창원'아닌 '충주'부각
겉치레·전시성 행사보다 내실 다질 때

가을, 부럽고 설레는 소식이다. 오는 17일(토), 18일(일) 이틀에 걸쳐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감자꽃 큰잔치'란 소박한 이름으로 국내 최고의 아동문학 축제가 열린다.이에 맞추어 출간되는 기념도서 또한 적지 않다. <권태응 전집>(창비)을 비롯하여 국내 108인의 시인이 참여하는 제2회 전국 동시인 대회 기념동시집 <이따 만나>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사계절출판사), 권태응 어린이시인학교 어린이 시 선집 <나비가 없어도 꽃은 예쁘다>(브로콜리 숲), 2018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 어린이 시집 <내가 담긴 글자>(충주작가회의)가 나란히 출간되어 한국동시문학의 위상과 현주소는 물론 미래까지 보여준다. 여기에다 충주시가 동시 분야 국내 최고 상금 2000만 원의 문학상인 권태응 문학상을 제정, 매년 시행하기로 했다. 충주시는 이를 위해 '권태응 문학상 운영규칙'을 정하고, 심사위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했다. 객관적 자격을 갖춘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문학적 입장과 명예를 걸고 1년 동안 출간된 최고의 시집에 영예를 주자는 것이 충주시의 의지다.

그렇다면 지난 2011년 창원시가 아동문학 수도임을 선포하고 개최한 '창원 세계아동문학축전'의 경우는 어떨까. 이원수 선생 탄생 100주년이었던 2011년 첫 회를 시작, 2회는 2013년에, 지난해 3회째 개최되었지만 그 위상은 아직도 의문이다. 2011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는 창원아동문학상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창원시는 이 축전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향토문화전자대전' 등을 통해 광고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겉으로 보기엔 세계 아동문학 심포지엄, 작가와의 만남, 릴레이 특강, 특별관 및 주제관 전시, 어린이 북 카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찾아가는 릴레이 특강' 등 지극히 일부 행사를 제외하면 빈약한 기획력에 겉만 번지르르한 전시행정의 산물로 보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전국의 아동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교류하는 한국 아동문학인 대회와 아동문학인의 밤에 매년 5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광고엔 웃음이 나온다.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감자꽃 큰잔치'란 소박한 이름으로 열리는 행사와 비교해보면 민망하고 안타까울 정도다. 명색이 창원시가 아동문학 수도를 선포하고 개최하는 세계아동문학축전인데 무슨 '시비'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비가 아니라 아동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애정'이다. 2013년 초청된 일본 작가 '스가노 유키무시'의 청소년 판타지 소설 <하늘산 소닌>의 한국어판 표사를 쓴 시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나름 명성이 있는 국내외 몇몇 작가와 허울만 좋은 서울의 아동문학 단체 몇 초청한다고 세계아동문학축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제1회 전국동시인대회 기념동시집 <전봇대는 혼자다>(장철문 외 48인), <날아라, 교실>(백창우 외 52) 등은 아직도 서점가에서 잘 팔리고 있는데다 올해 제2회 전국 동시인 대회 기념동시집 <이따 만나>,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사계절출판사)도 이미 출간돼 아동문학하면 창원이 아니라 충주로 더 각인되고 있다. 폐쇄적 문화권력, 권위만 앞세운 전시행정 아래 모든 것이 대충 묻히고 용인되던 시절이 끝났음은 노벨문학상마저 사라진 유례없는 올 가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질 않은가. 낡은 발상으로 겉치레 행사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창원 세계아동문학축전'이란 거대한(?) 타이틀의 '허와 실'을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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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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