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박물관서 30일 복원 완료
일제강점기 수난 끝에 제자리

일본 골동품상이 매수하면서 산청군을 떠난 통일신라시대 석탑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77년 만에 고향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공개된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관한 국보 제105호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재건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5일 야외 석조물 정원에서 시작해 상설전시실 개편이 마무리되는 30일에 복원을 완료한다고 밝혔다.

9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탑은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겪은 뒤 오랫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한 유물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석탑은 경호강이 보이는 산청 둔철산 자락에 있었으나,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절이 사라지면서 허물어졌다.

▲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의 모습. /문화재청

일본인이 1941년 매입한 뒤 대구 공장 공터로 옮겨졌고,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유물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해 이듬해 서울로 이송했다. 해방 이후 미군 공병대가 1946년 5월 경복궁 안에 다시 세웠으나, 1994년 경복궁 정비사업으로 해체돼 23년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됐다.

이에 국립진주박물관은 진주와 인접한 산청의 대표 문화재 전시를 위해 이관을 요청했고, 지난해 2월 마침내 진주로 돌아왔다.

박물관은 석탑 전시에 앞서 역사학, 미술사학, 보존과학 조사를 진행했다.

미술사적으로 삼층석탑은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경남 지역 석탑 중에는 유일하게 탑 외부에 부조상이 존재한다.

허일권 학예연구사는 "상층 기단에는 신장상 8구, 1층 탑신에는 보살상 4구를 정교하게 새겼다"며 "신장상과 보살상 조합은 독특한 사례여서 학술 가치가 높고, 조각 기술도 매우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석탑 암질은 분석을 통해 외관상 화강암과 유사한 섬장암으로 드러났다. 섬장암은 국내에 분포하는 지역이 많지 않아 석탑 재료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석탑이 있던 산청군 산청읍 범학리 일대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허 연구사는 "석탑 부재와 범학리 섬장암 성분이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석탑이 9세기 무렵 범학리 주변 석재로 현지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석탑 운반 과정에서 사라진 하대석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범학리 근처 정곡리에 섬장암이 있는 채석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찾아내 원재료와 동일한 재료로 복원 부재를 제작했다.

최영창 관장은 "석탑을 복원할 때는 본래 부재와 같은 산지에서 난 돌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기존보다 진일보한 석탑 복원 기준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석탑 재건 이후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내년에 학술조사 보고서를 발간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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