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 모시려" vs "내정자 위한 특혜"
시 응시자 폭 넓히기 포석…문화계 짜맞추기 '우려'

창원시가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비상근'으로 둘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는 지난 1일 '창원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 개정안 핵심은 대표이사 근무 기준을 현행 '상근'에서 '비상근 및 상근'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현행 조례 제7조 3항은 '대표이사를 제외한 이사 및 감사는 비상근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는 대표이사로 상시 근무할 수 있는 사람만이 공모에 응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해당 조문을 '대표이사는 상근 또는 비상근으로 하고 그 외 이사 및 감사는 비상근으로 한다'로 바꾼다. 이리하면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창원에 상주 또는 매일 출근하지 않고 자신이 근무를 희망하는 날에만 일할 수 있게 된다.

시는 그동안 "천하의 인재를 모시고 싶다"고 한 허성무 시장 공언에 따라 재단 대표이사 적임자 옥석 가리기에 공을 들였다. 지난 7월 대표이사 공모에 전국에서 지원자 17명이나 몰려들었음에도 시는 '적임자 없음'을 이유로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당시 공모에 지원한 인사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이 대부분이었는데 시 관계자는 이들 면면을 두고 "현재 재단은 전임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저지른 채용 비리 등 각종 부패, 비리 의혹과 단절돼야 한다"면서 "지원 인사 면면을 보면 다들 문화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그동안 재단 내부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체질개선을 위한 개혁을 이끌 정치적·행정적 역량과 지도력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허성무 시장은 이후 여러 자리에서 "대표이사로 더 훌륭한 분을 모시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국에 능력이 출중하다고 이름난 분, 모시고 싶은 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들이 창원이라는 낯선 도시, 그리고 낮은 급여 수준에 선뜻 자리를 맡으려 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가 조례를 개정해 대표이사 근무 형태까지 바꾸려는 데는 이 같은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허선도 관광문화국장은 최근 창원시의회 출연기관 출연 동의안 심사 자리에서 "모시고 싶은 분이 있어도 이런 분들은 높은 이름값에 자부심이 크고 창원에서 활동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면서 "공모로 특정된 대표이사 선임 방식을 '특채 영입'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이른 시일 내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시가 이 같은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이 대표이사 근무 기준 변경으로 풀이된다.

한데 문제는 이 같은 조례 개정이 시가 특정 인물을 대표이사로 점찍어 두고 원하는 근무 형태를 맞춰주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문화예술계에는 창원시가 이미 특정 인물을 대표이사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게 사실이다.

한 지역 문화예술계 원로급 인사는 "이미 허 시장이 취임한 지난 7월부터 이 인사에게 대표이사직을 맡기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며 "특히 이 인사가 '상근'이 아닌 '비상근'으로 한 달에 두세 번 출근하는 것을 선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퍼졌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 개정안은 내달 열릴 시의회 정례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이리하면 재단 대표이사 선임은 내년 1월 중순이 지나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시 집행부와 시의회, 시의회 내 여야 관계가 몇몇 불미스러운 일로 냉각기에 접어든 이때 조례안이 무사 통과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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