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돝섬이 뜨거웠다

시시각각 하늘과 음악이 색을 달리했다. 해풍에 실린 음악은 섬 주변을 맴돌며 평온의 숲을 조성했다.

지난 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에서 '2018 뮤직 인 창원 저너머 페스티벌'이 열렸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창원시가 후원한 행사. 무대를 널찍한 잔디공원에 놓았다. 그 뒤로 차분한 마산만 풍광이 배경처럼 깔렸다. 무성하게 우거진 수목을 벗 삼아 소란하지 않고 조용한 인상이었다.

오후 1시 공연 시작 전후로 돝섬을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너머 페스티벌을 찾은 이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 야외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밴드 히어오의 무대.

"신승은과 김일두 공연 기대합니다. 지역에서, 특히 이처럼 큰 야외공연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음악가여서요. 가을에 한 차례, 봄에도 한 차례, 그렇게 매년 두 번 치르면 좋겠습니다." (이은지 씨)

"신승은 노래를 자주 듣습니다. 공연을 기대해요. 태풍으로 일정이 뒤로 밀렸을 때 추울까 걱정했는데, 오늘 날씨가 참 맑고 따뜻해 다행입니다." (박지선 씨)

▲ 야외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무대.

"밴드 히어오와 9와 숫자들 공연을 보러 왔습니다. 9와 숫자들은 지역에서 만나기 어렵거든요. 돝섬도 무척 좋지만 장소를 매해 달리하면서 치르면 더 좋겠습니다." (김달님 씨)

문화예술 공간이 비교적 많은 창원이지만, 더욱 다양한 공연을 갈망하는 이들은 이번 행사를 크게 반겼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돝섬을 찾아 인사말로 호응에 화답했다.

여는 무대는 민중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다루는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맡았다. 형형색색 의상으로 눈길을 끈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돝섬 잔디밭을 최대한 활용했다. 무대에서 내려와 동떨어진 데 자리한 관객을 찾아다니며 흥겨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야마가타 트윅스터에 이어 무대에 선 신승은은 무르익은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몫을 맡았다. 신승은 특유의 저음은 관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이끌었다. 그가 읊조린 가사는 마산만 풍광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트럼피터 장보석 연주가 더해져 풍성하게 무대를 채웠다. 김일두는 신승은이 가꾼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나지막한 목소리에 담백한 기타 선율은 청명한 하늘에 색을 더했다. 음악을 들으며 풍광을 즐길 여유를 선사했다. 신승은과 김일두의 음악은 자연과 사람을 자연스레 하나로 이었다.

▲ '뮤직 인 창원'을 즐기러 돝섬을 찾은 사람들.

공연 중반부, 무대 가까이 앉은 조창제·김상준 씨는 각자 느낀 인상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올해 처음 저너머 페스티벌을 찾았다. 나름대로 인디 음악가 공연을 즐겨 관람하는데, 창원에서 열리는 공연은 잘 다니지 않았다. 좋은 행사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에 오롯이 집중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 무대 주변에 체험 행사장도 있고 관객 동선이 자유로운 점이 공연자로서는 다소 어수선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조창제 씨)

"인디 음악가 공연을 보려고 서울까지 가기도 한다. 나는 어느 정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예상한 터라 나쁘지 않다. 돝섬이라는 공간이 지닌 특수성이 참 좋다." (김상준 씨)

밴드 히어오가 무대에 서자 공연 분위기는 다시 한 번 변화를 모색했다.

흥겨운 밴드 연주에 남녀노소 몸짓으로 반응했다. 이어진 싱어송라이터 나이트라이딩 무대도 박동현(기타), 정한슬(베이스·코러스), 김진모(드럼)가 더해진 밴드 공연으로 치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두 팀의 무대는 처음 곡을 듣는 이도 마음을 놓고 선율을 따라 흥얼거리게 했다.

닫는 무대는 9와 숫자들이 마련했다. 관객이나 밴드나 오래 기다린 만큼 아쉽지 않게 여러 곡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꾸몄다. 사이사이 보컬 송재경의 깔끔한 진행이 돋보였다. 9와 숫자들하면 뒤를 잇는 '공연장인'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구성이었다.

▲ 다양한 체험 행사장 모습.

9와 숫자들 노래가 흐르고 이날 페스티벌 끝이 가까워질 무렵,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익어갔다.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하는 순간에 곧잘 어울리는 색감이었다.

부산에서 가족, 지인과 함께 돝섬을 찾았다는 서민정(38) 씨는 "9와 숫자들 공연을 보러 왔다"며 "공연과 더불어 아이들이 즐길 체험 행사장이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어 "돝섬은 처음 오는데 배를 타는 경험이 신선했다"며 "음향이 다소 크다는 점 빼고는 크게 만족했다. 다음에도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가는 관객 대부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웃고 떠들고 춤추는 흥겨운 행사로 각인했다.

뮤직 인 창원 저너머 페스티벌이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행사가 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았지만, 적어도 한국 인디 음악 현주소를 창원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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