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에 매수당한 사법부 참담
양진호 폭력 묵인한 세력도 폭력배

심판은 공정해야 한다. 게임의 룰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수 없이 적용해야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간혹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심판이 의도적으로 오판하는 경우가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땄다. 이후, 피겨 강국인 러시아와 미국이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쏟아졌다.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판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도박과 연루돼 심판을 매수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아무리 비디오 판정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도, 심판이 매수되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트라이크를 볼로, 옐로카드를 레드카드로 줄 수 있다. 심판이 매수되면 게임의 공정성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심판 판정 시비는 간혹 참혹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2013년 브라질에서는 축구 경기 중 심판의 퇴장 명령에 선수가 불복하며 항의하자, 심판이 선수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이에 격분한 관중들이 심판을 구타해 사망시킨 일도 있었다.

심판은 게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심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룰은 법이다. 법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사법부가 우리 사회의 심판이다. 그런 사법부가 누군가에 매수돼서 공정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공 갖고 즐기자는 게임에서도 사람 목숨이 걸리는데, 사람의 삶이 걸려 있는 법이 공정하지 않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다.

실제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양진호 회장 사건이다. 자신이 실소유주인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퇴사한 직원을 폭행했다. 수십 명의 직원이 보는 중에 동영상 촬영까지 하며 버젓이 폭행했다. 아내와 불륜이 의심된다며 모 대학교수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서너 시간 동안 감금 폭행을 했다고도 한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수년 전이다. 그동안 양진호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언론에 폭로되고, 동영상이 공개되고 나서야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폭행을 목격한 수십 명의 '위디스크' 직원 중 단 한 명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피해 당사자들도 신고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야만 사회다.

양진호는 불법 포르노 영상을 유통하며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법조계, 정치계 인사들을 매수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운호 게이트' 법조비리에 연루돼 징역을 사는 최유정 변호사다. 양진호가 불법 리벤지 포르노를 유통해 떼돈을 벌 때, 누구는 폭행을 당하고, 누구는 자살했다. 양진호에게 월급을 받는 직원들은 불법 행위에 가담했고, 폭행 사건을 신고하지 않았다. 양진호에게 매수된 사법의 심판들은 그의 불법 행위를 묵인했다. '연장' 대신 컴퓨터를 다루지만, 양진호와 웹하드 업체 직원들은 조직폭력배들과 다를 바 없다. 모니터는 '각목'이고, 키보드는 '사시미 칼'이다. 양진호와 직원들, 매수된 사법 심판들은 조폭 두목과 조직원, 비호하는 경찰, 검찰과 같다.

양진호는 잔챙이에 불과하다. 그게 더 우리를 더 참담하게 만든다. 사법 심판의 우두머리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정권에서 사법 거래를 했다. 자발적으로 매수해달라고 한 것이다. 그걸 심판해야 할 사법부에 아직도 매수된 자들이 있다. 심판 협회의 회장이 매수됐고, 그를 따르는 무리가 여전히 협회를 장악하고 있다면, 그 심판은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 분노한 관중이 심판을 살해하는 야만이 벌어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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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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