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한 달
폐기 목소리 "환경 조성 먼저"

'졸속입법' 대표 사례로 꼽히는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시행 한 달이 지났다.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운영하는 창원시는 안전모 관리 어려움과 추가 구입 등에 따른 세금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자전거 운전자·동승자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됐다. 미착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창원시는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안전모 2000개를 구입해 누비자 터미널당 3∼4개씩 1000개를 비치했으며, 10월 30일 500개를 추가 비치했다. 창원시는 누비자 4184대(터미널 275곳)를 운영하고 있는데 바구니에 결박용 밴드를 달아 안전모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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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용 자전거 누비자 바구니 안에 비치된 안전모. /류민기 기자

누비자에 비치한 안전모 분실률은 각각 13.8%, 12.4%이다. 시는 안전모 1000개를 비치한 10월 22일 확인했을 때 138개, 1500개를 비치했던 31일에는 1500개 중 186개가 회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누비자 정비·관리를 담당하는 누비자 중앙센터는 매일 오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자전거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창원시 담당자는 "안전모를 놓아두고 쉬다가 챙기지 않고 이동하는 등 누비자를 이용하면서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자전거에 안전모 설치와 관련해 '분실'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앞서 공영자전거를 운영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문제점은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공영자전거 '따릉이'에 안전모를 1500개 비치해 시범운영했는데 23.8%가 사라졌다.

분실 방지를 위해 GPS가 달린 칩을 안전모에 다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 2만 원짜리 안전모에 15만 원 하는 칩을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 담당자는 "개인용품인 안전모를 공공용품으로 해서 쓰는 게 맞는지 공영자전거를 운영하는 자치단체 담당자들 사이에서 의문이 많았다"며 "법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게 자치단체 담당자들 공통 견해"라고 전했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졸속입법 사례다. 사고가 나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실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폐기해야 한다"며 "캠페인이나 교육을 통해 안전모 착용을 권장할 수 있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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