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분성여고 인권모임 '지금'
학생 스스로 학내 변화 이끌어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바뀌지 않아요." 김해분성여자고등학교 학생인권수다회 '지금'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11월 3일·학생의 날)을 맞아 세상을 향해 "학생다움이 우리를 가둘 수 없다. 나는 나답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고 외쳤다.

학생인권모임 '지금'은 지난 9월 활동을 시작했다. 모임을 제안한 이수경(3학년) 학생은 "행복학교인 김해분성여고는 다른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된 편이라 교문지도가 없었다. 그런데 2학기부터 교문지도를 한다는 학교 인성부 벽보가 붙었고, 다른 교사가 이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후 학생들이 교문지도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자발적으로 붙이는가 하면 붙임 종이를 이용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학생을 통제나 감시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에 할 말이 있고 질문할 사람은 도서관에 모이라'고 홍보했고, 첫 모임에 20여 명이 모였다. 수다회를 정기적으로 이어가는 뜻에 함께한 20명은 '지금'의 역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학생의 날을 앞두고 지난 1·2일 학교에서 두 가지 행사를 했다. 등교시간 교복 착용을 거부하는 현수막·피켓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점심때 '우리가 원하는 학교'라는 주제로 여러 학생과 학생인권수다회를 했다.

이 학생은 "우리 모임은 대표가 없다. 이번 행사를 통해 수다회를 이끌 학생들이 10명 더 늘어난 것이 큰 성과다. 우린 학생이 염색·파마를 하면서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교사들이 정한 학생회장단 자격 요건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 김해분성여고 학생인권수다회 '지금'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맞아 지난 1일과 2일 학교 정문에서 "학생다움이 우리를 가둘 수 없다"는 손 피켓 퍼포먼스를 했다. /김해분성여고 학생인권수다회

'지금'을 바라보는 학내 시각은 둘로 나뉜다. 학생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에 격려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손 피켓을 드는 행위에 여러 단계 허락을 받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교사도 있다. '지금'은 수다에 머물지 않고 작은 변화를 위한 행동을 약속하기도 했다. 학교 내 갈등을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게 소박한 꿈이다.

하지현(1학년) 학생은 "수다회로 학교 분위기를 바꾸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바꾸려면 '우리 학교 정도면 양호한 거 아니야?'라고 하는 이들에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우리가 얼마나 쉼 없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지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사나 교장, 교감의 힘이 아닌 학생들의 깨달음으로 학교를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최윤선(1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불편한 점이나 의문스러운 점들이 나 혼자 느낀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서로 상처와 분노를 공유하며 학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곳이 수다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