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의 A에서 Z까지 달려봅시다
9와 숫자들- 신스 팝 + 감성 가사 / 대중·평단 호평 일색
야마가타 트윅스터- 민중EDM + 퍼포먼스 / 집회현장 자주 참여

KBS <가요 톱10>이라는 방송이 있었다. 1981년부터 1998년까지 이어진 방송은 큰 인기를 누렸다. 대체재가 거의 없었던 까닭에 지상파 가요 순위 예능 프로그램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다.

<가요 톱10>이 인상적이었던 까닭은 다양한 장르 음악으로 무대를 꾸몄다는 점이다. 대중이 즐겨 듣는 음악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소개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소개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당시 성인 가요부터 댄스 음악까지 총망라한 <가요 톱10> 무대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요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오히려 특정 세대 음악에 치중한 모양새다. 가끔 <가요 톱10>이 그리울 때가 있다.

3일 열리는 '2018 뮤직 인 창원 저너머 페스티벌'은 한국 인디 음악이라는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췄지만, 적어도 그 안에 여러 결의 음악이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그려낸다. 여는 무대와 닫는 무대만 봐도 그렇다.

▲ 야마가타 트윅스터

이날 여는 무대를 치르는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참여 음악가다. 일반 공연장보다 민중 투쟁·집회·시위 현장에서 쉽게 만나는 음악가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민중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민중-EDM). 엄중한 현장에 짝수 비트가 흐르고 별안간 형형색색 복장을 갖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등장한다. 신들린 듯 춤추고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대중은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무대를 벗어나 무선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 향하는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당혹스러운 퍼포먼스, 그 뒤를 따르는 관객은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연상케 한다.

더불어 현실을 직시한 그의 가사는 묘한 쾌감을 준다. 그와 함께 '돈만 아는 저질'을 외치다 보면, 결국 투쟁은 흥겨운 잔치판으로 변신한다.

닫는 무대를 치르는 9와 숫자들은 반대로 순수 음악에 가깝다. 한국 신스 팝 계열 주춧돌인 이들은 복고적인 가요 색을 더해 차별화한 음악을 추구한다.

▲ 9와 숫자들

당연히 내놓는 음반마다 대중과 평단은 호평 일색. 지난 2009년 낸 첫 음반 <9와 숫자들>은 2010년 올해의 음반으로 꼽혔다. 2011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거머쥐었다. 2012년 두 번째 음반 <유예>는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 정규 2집 음반 <보물섬>은 한겨레신문이 꼽은 올해의 음반 2위에 올랐고,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2016년 정규 3집 음반 <수렴과 발산>을 내고 공연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2017년 다시 한 번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9와 숫자들 매력 중 하나는 가사다.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잔물결에도 휩쓸리는/험한 산중 바위들처럼/굳세게 살고 싶었는데'(곡 '유예' 한 대목)라거나, '길모퉁이엔 꽈리를 튼 괴로움이 나를 기다려/타박타박 스치던 어느 사이/내 발목을 힘껏 물어대고'(곡 '플라타너스' 한 대목) 같은 가사는 시에 가깝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부터 9와 숫자들까지, 저너머 페스티벌에서 한국 인디음악 현주소를 확인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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