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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그 쓸쓸함에 대하여

11월 떠난 두 천재가객 생각나는 계절
이유없이 밀려드는 외로움에 사무쳐

황무현 마산대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webmaster@idomin.com 2018년 11월 02일 금요일

11월은 쓸쓸한 달이다. 1990년 11월 1일 김현식은 간경화로 사망했고 그보다 3년 앞선 1987년 11월 1일 유재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병원에서 도망쳐 나와 복수가 찬 고통을 잊기 위해 소주를 마시며 한번에 녹음했다는 전설의 노래 '내사랑 내곁에'를 듣는 일은 그래서인지 쓸쓸하다.

그리고 25살이라는 나이에 명반을 낸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도 쓸쓸함은 묻어있다. 굳이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노래는 양희은의 노래보다 이병우의 기타 소리가 더 쓸쓸했는데, 밤새 쓸쓸함과 외로움의 차이를 역설하던 친구는 쓸쓸한 날에 들판으로 나가자고 했던 조동진의 어떤 날을 부른다. 그이 말처럼 조동진의 뒷모습은 쓸쓸함이고 쓸쓸할 것 같은 최백호의 노래는 외로움이 가득하다. 쓸쓸함과 외로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남과 동떨어져 '혼자' 있음이 외로움을 가져다줄 수는 있어도 혼자 있다고 쓸쓸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쓸쓸한 날의 들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가자는 장소성은 <관계의 물리학>에서 림태주가 말하는 '외로움은 나에게 말하지 않는 너를 바라보는 일이고, 쓸쓸함은 나에게 말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라고 했던 말과 무관치 않다.

나를 말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는 일은 무엇인가! 조진국의 연애소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에서도 외로움은 문득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 쓸쓸함은 울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거라고 얘기했다.

사랑을 하면서 연인들은 서로에게 그림이 되고 알듯 말듯 기호가 되고 숫자가 된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미 있는 무엇으로 채워지지만, 또 한 편에서는 이유없이 밀려드는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 계절이 가을이다. 11월은 사실 온전하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품고 있다. 포만한 계절의 뒤에서 쓸쓸함이 자라는 것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나는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그런 것들…."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사내는 오랫동안 쓸쓸해 보였다.

이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에 집착하던 미완의 화가도 세상살이를 멈추었다.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에서 폭음으로 보낸 그의 일상도 쓸쓸하고, 그를 보내는 그의 예술가들도 쓸쓸하다.

소크라테스도 아름다운 것들(육체·색깔·모양·소리·행위 등)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묻고, 그리고 그 기준은 그것이 어디에 쓸모 있는가와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을 가져다주는가에 있다고 확인했다. 유용성과 쾌락 외는 없었을까? 쓸모가 있게 되는 사용의 관점이거나, 그것을 보는 행위 속에서 어떤 즐거움의 관점에서 보면 농담이지만 진짜 농담이 아니고, 웃음이지만 진짜 웃음이 아니다. 계절 탓인가!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사내에 대한 연민은 울어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쓸쓸함이라는 사실에도, 무용한 것들과 유용한 것들의 비틀린 논리가 '알아두면 쓸 데 있다'와 '알아봐야 쓸 데 없다'는 수다에도 쓸쓸함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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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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