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 주제 작품 거리 전시
도시 빈 공간의 예술적 활용 가치

요즘 마산항 서항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해안도로 흰 가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대형 벽화들을 본 사람이라면 뭔가 색다른 벽화라는 느낌과 함께 누가 왜 무슨 내용을 그린 것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작업의 총괄책임자로서 시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이 글을 쓴다.

이번 벽화 전시를 주관한 문화예술전문기획단체 'ACC프로젝트'는 창동 소재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에스빠스 리좀'(영화관·예술인 레지던스·갤러리·카페로 구성)을 운영하면서 산하에 (예비)사회적기업 'ACC프로젝트협동조합'을 설립해 경남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아트 리좀'을 운영한다.

2013년에 창동예술촌 활성화의 일환으로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운영을 계기로 창동에 진출한 후 우여곡절 끝에 예술영화관을 설립하고 그 정착에 주력해왔다. 리좀의 2018년 기획 주제를 '3·15의거'로 설정하고, 이에 직접 참여한 국내외 작가 15명에게 각자 나름의 예술적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하도록 주문한 결과물이 구 관제탑(5층 건물)과 가벽에 전시되었다. 이러한 예술작업은 어떤 의의를 가질 수 있을까.

첫째, 민관협력의 모범사례다. 마산항 관리자이자 친수공간 조성사업 시행자인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ACC프로젝트'가 제안한 빈 공간의 예술적 활용에 흔쾌히 호응했다. 특히 현 청장이 보여준 예술적 감수성은 물론 도시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는 놀라웠다. 그는 참여 예술가들의 자율에 맡기니 마음껏 활용해보라고 했다. 둘째, 도시 빈 공간의 예술적 활용은 도시재생의 주된 방법의 하나다. 그 국내외 사례는 이미 많이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작업은 비어 있는 관제탑과 흰 가벽만 임시로 활용하고 있지만 문화예술 공간이 확정적이라면 당장 상설화해도 좋을 것 같다. 도로변 흰 가벽에 그려진 벽화는 경관 개선에 그치지 않고 전문 예술가들이 특정한 테마로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셋째, '소소사의 3·15'라는 전시 테마의 중요성이다. 3·15의거는 민주성지 창원(마산)을 있게 한 시원적 사건으로서 그 저항정신은 부마민주항쟁, 6월항쟁과 노동대투쟁을 거쳐 촛불시위로 이어져왔다. 이 전시는 민주화의 역사와 저항의 정신이 창원(마산)의 역사적 정체성이라는 사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소소사(小小史)는 미시사(微示史)를 지칭한다. 미시사는 거대한 사회적 사건사를 소소한 한 개인의 참여 경험을 통해 바라본다. 이 전시에서는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다'라는 구호와 혁명을 구성하는 전형적인 인물들의 사진 묘사 그리고 하상칠(3·15의거 당시 35세의 가장이자 오동동의 얼음장수)이라는 평범한 한 개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인 학술논문의 활용 등으로 소소사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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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 작업에는 프랑스, 남아공화국, 태국 등 다수의 외국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그들의 작품은 자국의 민주화 관련 사건을 떠올려주며 민주주의의 세계사적 가치를 확인해준다. 시민과 학생들이 관제탑의 전시 작품과 해안도로 가벽의 벽화를 보면서 우리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싶다. 이 전시는 민주주의의 수호와 저항 정신의 계승이 요식 행사를 넘어 널리 확산할 방법의 하나를 보여준다. 그 요체는 이성과 감성의 융합, 즉 역사의 예술적 승화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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