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메뉴 개발해 특색 강화
트렌드에 한 발 앞서 제품 엄선
배달 등 판매채널 과감히 확장
불황 장기화·인건비 상승 등
악조건 극복하고 매출 승승장구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임대료, 인건비 상승에 이어 물가마저 계속 오르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비위축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등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이렇듯 갈수록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돌파구를 찾는 자영업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조차 버티기 어려운 시장에서 다양화, 다변화, 차별화로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아이템을 개발하고 새로운 콘셉트로 경쟁력을 높였다.

◇"가계상황 비관적"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봉급생활자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자영업자의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전월(95)보다 7포인트 떨어진 88로 조사됐다. 봉급생활자의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인 93보다 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90으로, 역시 전달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봉급생활자가 102를 기록한 것과 달리 자영업자의 가계수입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었다.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가계의 생활형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준다. 100 미만이면 부정적 인식이 더 많다는 의미다. 자영업자의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지난해 5월부터 줄곧 100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 6월 90대로 꺾이고 나서, 10월에 80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미래의 가계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자영업자의 시선이 봉급생활자보다 더욱 비관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제 전망은 지속하는 경기불황과 인건비·물가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봉급생활자보다 경기에 따라 가계 수입이 크게 좌우되는 자영업자는 소비심리가 부진함에 따라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운영환경 악화로 문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남에서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5만 3811명이었다.

신규사업자 대비 폐업률이 77.2%로 전국 5위를 기록하면서 폐업률 상위권에 머물렀다. 가동사업자 대비 폐업률 역시 11.9%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13.2%), 울산(13%), 인천·대구(12.3%)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출 되레 나아졌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중에도 각각의 특색을 살려 꾸준히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창원시 도계동에 2년 전 식빵 전문점을 연 김모(40) 씨는 프랜차이즈 이름 대신 자신의 가치를 담은 상호를 내걸었다. 식빵 프랜차이즈는 1인 소자본 창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지역에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 씨는 프랜차이즈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경쟁력이 더 생긴다고 자신했다. 김 씨의 자신감은 품질 차별화에서 비롯됐다. 소화가 잘되는 양배추와 마를 활용하거나, 쌀로 만든 빵이 그것이다.

일반적인 손님 이외에도 당뇨병, 알레르기 등 이유로 빵을 좋아하지만 밀가루를 많이 먹지 못하는 이들이 찾는 이유다. 지속적인 메뉴 개발로 다양한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것도 한몫했다.

김 씨는 "프랜차이즈보다 메뉴 개발이 좀 더 자유롭고 제품도 다양하다. 일괄적으로 생산하는 프랜차이즈와 맛과 품질이 다르다"며 "다른 프랜차이즈점에 갔다가 우리 집을 다시 찾은 손님도 있다. 소문 듣고 부산, 대구, 서울 등에서 종종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 우후죽순 생긴 식빵 프랜차이즈점 사이에서 품질 차별화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창원의 한 식빵 전문점.

다양성과 차별화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과 청탁금지법으로 위축된 화훼시장에도 통했다. 창원시 중앙동에 있는 12년 된 꽃 도매 가게에서 일하는 김모(49)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꽃처럼 시드는 수요를 체감했다.

꽃 소비를 확대하려면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야 했다. 소비자들은 새롭고 특별한 것을 원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수입 품종이다. 네덜란드, 에티오피아, 베트남 등에서 다양한 품종의 꽃을 사들여 거래처에 판매했다.

김 씨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제일 먼저 끊는 게 경조사비다. 각종 기념일 특수도 사라지면서 화훼 업계가 매출악화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품종을 다양화하면서 매장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꽃이 들어오는 월·수·금요일마다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특히 수입 품종이 들어오는 수요일은 거래처 외에도 일반 손님도 많이 찾아온다. 1년 전보다 매출이 나아졌다. 거래처도 꾸준히 100곳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 창원의 한 꽃 도매 가게. 수입 품종을 새로 사들이는 등 품종을 다양화하면서 손님이 부쩍 늘었다.

◇"창업 전 철저한 준비를"

마산 양덕동에서 40년 전통의 갈빗집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44) 씨는 꾸준히 손님을 유치하며 '동네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자유무역지역 노동자가 빠져나가고, 양덕동 재개발로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

외식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 배달 어플을 비교적 빠른 시기라 할 수 있는 3년 전부터 이용해 판매채널을 다양화했다. 돼지갈비와 함께 식당 특화 메뉴인 곱창을 어플을 통해 배달하며 자연스레 광고 효과도 누렸다.

현재 황 씨는 양덕동 재개발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새롭게 문을 열 갈빗집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카페형을 결합했다. 기존의 고깃집과 다른 인테리어로 차별화했다.

▲ 시대 변화에 발 맞춰 카페형 고깃집으로 탈바꿈 중인 창원의 한 갈빗집.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황 씨는 "요즘 소비자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많이 따진다.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가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기 힘들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50·60대 자영업자는 빠른 시대 대응이 젊은 사람보다 어렵다"며 "기존 방식을 고수하느냐, 새로운 아이템을 찾느냐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외식사업 시장의 개선방향 등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황 씨는 "신규로 창업하는 사람이 힘든 이유는 기득권 때문이다. 독보적으로 장사하려고 하면 그들도 결국 못 살아남는다. 장사하는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상생해야 한다"며 "창업을 꿈꾼다면 그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최소한 2년은 노하우 등을 배우고 가게 문을 열어야 실패 확률을 줄이지 않겠느냐. 그러려면 창업 전 컨설팅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또한 "자영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많이 안 좋다. 특히 마산지역 경기가 많이 침체했다"라며 "지역 특성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창원시가 관광 도시로 거듭나려면 관광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필요하다. 푸드트럭 거리나 야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야시장을 만들면 한층 더 활기를 띠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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