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동화처럼 살았던
작가·삽화가 '타샤 튜더'
일본 출신 영화 연출가
10년간 그녀의 삶 담아
정원 배경 색감에 몰입
이상을 현실로 만든 그녀 "지금이 가장 행복"

평생 자신이 쓴 동화처럼 살았던 작가이자 삽화가 타샤 튜더(Tasha Tudor·1915~ 2008).

미국 버몬트주 말버러의 산속에서 정원을 가꾸며 1830~40년대 골동품으로 살았던 예술가. 그 시절 미국이 좋아 택했던 생활방식은 불편함이 아니라 그녀에게 커다란 행복감을 안겼다.

이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연출 마쓰타니 미쓰에)가 국내에서 개봉했다. 일본 'NH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영화 연출진은 10년간 타샤 튜더의 집과 정원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는 한 예술가의 지독한 작업과 몸부림치는 외로움을 담지 않았다. 한 예술가의 평온한 일상을 담아내며 그녀가 만들어낸 작품이 작가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타샤 튜더가 그리고 지은 <타샤의 특별한 날>을 보면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한 일화가 나온다. 아이들은 직접 인형을 만들고 무대도 만들어 어른들에게 선보이는데, 그녀가 어린 시절 했던 것들이다. 10월 마지막 날에는 핼러윈 호박 등을 만들어 파티를 열었다. 여기서 출발한 작품이 바로 <호박달빛>이다.

타샤 튜더의 작품은 모두 곁에 있는 인물과 동물 그리고 현실의 모습이었다. 영화에서 타샤 튜더는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고 정원을 가꾼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생활이 매일 반복된다. 계절이 바뀌며 달라지는 건 오직 풍경뿐이다.

그녀는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사교계에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실망했지만 타샤 튜더는 인형놀이를 하며 시골에서 농사짓는 게 좋았다. 인형놀이는 그녀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80년간 인형을 만들어 인형의 이야기를 발전시켰던 작가는 인형놀이가 환상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말한다.

▲ 타샤 튜더는 생전 그림책 100여 권을 냈다. /스틸컷

타샤 튜더는 10대 시절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를 따라 뉴욕으로 가지 않고 어머니 친구가 있는 한 시골로 향한다. 이때 이웃들과 농장일을 하며 직접 우유를 짰다.

그녀는 영화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21세기가 도래한 지 꽤 됐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빵을 굽는다. 또 남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유지한다. 생전 <비밀의 화원>, <소공녀> 등 100여 권의 그림책을 그렸던 타샤 튜더는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칼데콧상 리자니어 메달을 받았다.

그녀는 중년이 됐을 때 자연이 좋아 사계절이 뚜렷한 버몬트주로 이사했다. 아들에게 1830년대 집을 지어달라고 하며 평생 정원을 가꾸며 살았다. 아들과 손자들이 손을 보태어 일군 정원은 무려 30만 평이다. 어디부터가 산이고 숲이고 집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는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그녀의 인생철학이었다. 이상은 어느 날 갑자기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즐겨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그녀가 반복적으로 하는 말을 통해 전한다.

"만약 좋아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다면 떠나세요. 꽃도 잘 자라는 곳에 두는 것처럼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그러고는 날마다 붙들어야죠. 행복과 이상을."

영화 중간 아들이 어머니에게 묻는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그녀는 "지금이 생에서 가장 행복해"라고 답한다.

'아미시(Amish)' 생활방식을 고수한 타샤 튜더. 그녀의 집에서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듯 행복도 그만큼 충만했다. 불행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기에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삶을 살라는 작가의 정갈하고도 분명한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볼 수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