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휴식 부족
아파도 병원 제대로 못 가
"건강관리 지원 제도 필요"

경남지역 버스 운전 노동자들은 짧은 배차 간격과 부족한 휴식, 열악한 도로 여건 탓에 시민 안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와 대중교통운영자 재정지원 조례 개정 토론회가 31일 창원시청에서 열렸다. 이영실(정의당·비례) 경남도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버스 노동자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시민 안전을 동시에 모색하는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김병훈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정책연구팀장은 '경남지역버스운전노동자 노동 환경과 건강 실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일~올해 2월 12일 도내 버스 운전 노동자 159명을 대상으로 설문 방식으로 노동·건강 실태를 파악한 것이다.

조사 결과, 도내 버스 운전 노동자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10.9시간, 일주일 평균 58.4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평균 수면 시간은 6.7시간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등 질환을 1개 이상 앓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목, 어깨, 허리 등을 막론하고 어느 한 부위 이상 근골격계 이상 증상을 느낀 사람도 68.55%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병원을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이 43.77%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2013년 진주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버스 노동자에게 회사가 3일간 운전을 더 하고 병원에 가라고 한 업무지시를 한 사례에서 보듯 노동자 건강관리에 큰 관심이 없는 버스 운수업계가 지닌 구조적 문제가 있지 않나 추측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버스 운전 노동자들은 특히 이 같은 열악한 노동 환경을 교통사고 유발 주요인으로 꼽았다. 응답자 60.4%가 짧은 배차 간격, 63.9%가 무리한 배차 운행 시간, 66.6%가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 등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영실 도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와 현장 의견,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조례 개정안에 '버스 운수종사자 건강관리' 항목을 추가했다"며 "도지사로 하여금 버스 운전 노동자 건강관리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민 안전도 함께 지킬 수 있도록 조례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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