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곳 중 11곳 여성 홀로 관사 거주
안전장치 도움 안 돼 불안감 호소

"CCTV·방범창이 설치돼 있지만 한밤중에 아프다고 와달라거나 진료소로 찾아오면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다. 나쁜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들면 CCTV·방범창도 소용이 없다. 늦은 밤 전화벨이 울리면 긴장하게 된다."

여성 혼자 근무하고 생활하는 섬지역 보건진료소와 관사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보건소 20곳, 보건지소 173곳, 보건진료소 222곳이 있다. 1인 근무 보건진료소 222곳 중 여성이 배치된 곳은 213곳이다. 관사에 거주하는 진료소장은 113명이며, 이 중 여성은 109명이다.

보건진료소 관사 113곳마다 보안장치 1개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CCTV 68곳(60%), 비상벨 27곳(24%), 무인경비시스템 18곳(16%) 등이다. 경남도는 보건진료소 관사에 2개 이상의 보안장치가 있을 경우 대표 보안장치 1개를 추출해 통계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는 보건진료소 보안장치 설치현황에 대해서는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섬지역 보건진료소는 19곳인데, 이 중 통영 진료소장 14명(남 3명·여 11명)이 관사에 살고 있다. 14명이 거주하는 곳 모두 CCTV·비상벨·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섬지역에는 이들 보안장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고립된 섬 특성상 근무시간 외에도 주민이 찾아오는 등 사실상 '24시간 근무체제'이기 때문이다. 섬지역에 근무하는 1인 진료소장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가족 등을 만나러 바깥으로 나갈 뿐 섬에서 줄곧 생활한다.

여성 진료소장 ㄱ 씨는 지금은 주민들이 근무시간에 대한 인식이 있지만 예전에는 술을 먹고 늦은 시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24년째 혼자서 근무해온 ㄱ 씨는 "술 드신 어르신이 '문을 열라'고 요구하면 '보호자와 동행해서 오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며 "그럼에도 문을 두드리고 화를 내며 계속 문을 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낮 근무시간에도 불안할 때가 있다. ㄱ 씨는 "낮 시간에도 사적인 의도를 가지고 오시는 분이 있다. 말은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하지만 아파서 온 경우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의도가 보인다"며 "과거에는 신체적 접촉, 성추행이 비일비재했다. 미혼이거나 젊은 분들은 지금도 겪을 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ㄱ 씨는 관사에 달린 CCTV는 외부인을 확인할 수 있지만 비상벨·무인경비시스템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벨을 누르면 경찰관서에 연결돼 위급 상황이 전파되지만 섬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보안업체 요원 또한 마찬가지다. ㄱ 씨는 "이제까지 비상벨은 사용한 적이 없는데, 섬지역의 경우 동네 이장과 연결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 같다"며 "경찰·보안업체 요원이 바로 보건지소로 오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연결돼야 비상벨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ㄱ 씨는 "주민 요구로 왕진하고자 산으로 이동한 적이 있었는데, 도중에 멧돼지를 만난 적도 있다"며 "차량 운행이 가능한 지역의 경우 차량을 지원해줬으면 좋겠고, 필요하다면 누군가 동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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