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수 석회 침전물 쌓여
하얗게 빛나던 파묵칼레
현지인 건넨 한국어 책자로
에페소스 고대유적 답사도
이스탄불 사원·성당 관람
전통·현대식 건축물 조화

지금은 터키의 최대 명절인 '쿠르반 바이람' 기간이다. 유명 관광지인 파묵칼레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붐빌 줄 알았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예상과 달리 매우 조용했다.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터키에서 몇 해 전 발생한 테러와 지진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을 의미한다. 멀리서 봤을 땐 낮은 산 전체가 흰 눈에 덮여 있는 것만 같았다. 옛날 사람들은 온천수가 나는 이곳에 목욕탕을 만들었다. 온천수에 포함된 석회 침전물이 언덕에 쌓이면서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됐다고 한다. 훼손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신발을 벗어 들고 오로지 맨발로만 다녀야 했다. 바닥이 보기에는 미끄럽게 생겼는데 석회질이라 오히려 미끄럽지 않았다. 파묵칼레 위쪽엔 기원전 2세기 말에 형성된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와 로마인들이 지은 원형극장도 있다. 우린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크리스트교의 중심지인 에페소스로 향했다.

▲ 파묵칼레에서 아들 지훈이.

◇수천 년 전 수세식 화장실

에페소스는 성모 마리아가 마지막 생애를 보낸 곳이다. 12사도 중 한 사람인 사도 요한의 생애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천주교와 기독교의 성지여서 교황님도 자주 방문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신약성경>의 '에베소서'는 예수의 제자인 사도 바울이 로마의 감옥에 투옥됐을 때 에페소스(에페스)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라고 한다.

우리는 '고대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아르테미스신전과 함께 에페소스 유적지도 관람했다.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용은 알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현지인 할아버지에게서 다행히도 한국어로 된 안내책자를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고대 도시의 다양한 유적지를 좀 더 자세히 둘러보게 됐다. 원형극장과 메두사의 머리, 헤라클레스의 문, '승리의 신' 나이키신전 등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수세식 화장실이 수천 년 전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한나절을 살펴보았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우리는 다시 항구도시 이즈미르로 이동했다. 근처 관광지인 체시메에도 들렀다. 체시메 바로 앞에 섬이 하나 보였다. 그리스 영토인 키오스 섬이었다. 크기는 제주도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한다. 우리는 원래 이스탄불을 거쳐 그리스로 가려고 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그리스 키오스 섬에서 아테네로 가는 배가 있다는 소식에 계획을 바꿨다.

▲ 에페소스 원형극장에서 아들과 함께.

◇그리스 입국 좌절

유럽에서는 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하려면 '그린카드'라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터키 쪽 승선장에서 물어보니 현재 유럽연합(EU)이 아닌 터키에서는 가입할 수 없지만 그리스 키오스 섬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 이렇게 갑자기 터키여행이 끝나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키오스 섬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눈앞에 보이는 섬이라 불과 30분 만에 키오스 섬에 도착했다. 그린카드가 없는 관계로 그리스 키오스 섬 선착장에다 오토바이를 놔두고 걸어서 그린카드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다. 아쉽게도 그리스 본토 말고는 그린카드 보험 가입이 불가능했다. 결국 그리스에 입국하지 못하고 할 수 없이 우리는 터키의 체시메로 되돌아와야 했다.

그리스로 가는 국경에 가기 위해 내륙을 거쳐 이스탄불로 향했다. 한밤중이 돼서야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을,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곳이다. 흑해가 지나는 이스탄불 해협 아래로 지나는 해저터널을 건너 도심지에 도착한 우리는 아주 오래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 에페소스에서 아빠와 아들 인생사진.

다음날 아침 근처의 유명한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 엄청나게 커서 놀랐다. 파란색 지붕 때문에 블루모스크로 불린다고 했다. 터키를 대표하는 사원으로 1616년 완공됐다. 사원과 마주하고 있는 성소피아 성당도 관람했다. 성소피아 성당은 현존하는 최고의 비잔틴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리스 정교회 창설의 중심지였으며 비잔틴제국 황제의 의식이 치러진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두 건물이 생긴 건 비슷했는데 성격은 완전히 달라 신기했다.

두 사원을 구경하고 갈라타 다리를 건너가니 '갈라타 타워'가 보였다. 갈라타 타워는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아주 오래전 적의 침입에 대비해 지었다고 한다. 갈라타 타워에 올라 이스탄불 시내를 내려다봤다. 옛날과 현대식 건축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가 둘러본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유럽의 불가리아를 향해 출발했다. 여기서부터 유럽연합이 이어진다. 불가리아 하면 대개 요구르트를 떠올리기 쉽다. 사실 요구르트는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서 많이 먹어 봤다. 아마도 소, 양 등을 키우는 유목생활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 지훈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 거리가 2만 2000㎞를 넘는다.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본격적인 유럽여행에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글·사진 시민기자 최정환

▲ 고대 3대 도서관으로 유명한 셀수스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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