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이종욱·박석민·손시헌도 못 피했다

NC다이노스 내년 주장으로 나성범이 선임된 가운데 '주장의 저주(?)'가 새삼 떠돌고 있다. '주장을 맡은 NC 선수는 그해 이상하게 성적이 떨어진다'는 안타까움을 담은 말은 실제 지난 몇 년간 NC를 따라다녔다.

2012년 김동건 초대 주장을 시작으로 이호준(2013~2014), 이종욱(2015~2016), 박석민(2017~2017.8), 손시헌(2017.9~2018.6), 박석민(2018.6~2018.9)이 NC에서 주장을 맡았다.

주장 선임과 성적 하락의 동반관계는 1군 진입 첫해 주장을 맡은 이호준 때부터 엿볼 수 있다. 2012년 SK에서 타율 0.300, 18홈런, 128안타, 78타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4.45로 부활에 성공한 이호준은 2013년 NC로 이적, 젊은 선수단을 이끌며 팀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개인 성적은 예년만 못했다. 2013년 이호준은 홈런(20홈런)·타점(87타점)을 제외한 모든 타격 지표(123안타, 46득점, 타율 0.278, WAR 2.40)가 떨어졌다. 2014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장직을 넘긴 2015년 '나이테 트리오'의 한 축이 되어 132안타, 24홈런, 110타점, 타율 0.294를 기록하고 2016년 그 분위기를 이어가 타율 0.298을 찍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3대 주장 이종욱도 주장을 맡은 후 개인 성적 하락을 맛봤다. 2015~2016년 2년간 팀 주장을 맡으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선수들을 슬기롭게 이끈 이종욱이었으나 2015년 개인 성적은 118안타, 5홈런, 52타점, 63득점, 타율 0.268을 남겼다. 2014년 126안타, 78타점, 6홈런, 73득점, 타율 0.288을 기록한 것보단 떨어진 셈. '주장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은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는 당시 이종욱 말이 실감 나는 수치다.

박석민·손시헌도 마찬가지다. 2017년 삼성 시절이던 2015년 이후 두 번째 주장 완장을 찬 박석민이었으나 그해는 커리어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됐다. 고질적인 손가락 부상 등으로 144경기 중 10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고 개인 성적 역시 14홈런 56타점 타율 0.245에 그쳤기 때문. 2016년 126경기에 출전해 32홈런, 104타점, 타율 0.307을 기록, 팀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었던 박석민이었기에 그 부진은 더 뼈아팠다.

2017년 후반기 박석민에 이어 임시주장을 맡다가 2018년 주장직을 이어간 최고참 손시헌도 시즌 초 헤드샷을 맞고 쓰러지는 등 아픔을 겪었다. 감독이 바뀐 이후에는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주장직 교체를 희망하기도. 손시헌은 6월 주장직을 박석민에게 다시 넘겼지만 이후에도 부상·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올해 67경기만을 소화, 24안타 14타점 타율 0.188을 남겼다.

팬들은 이처럼 계속된 저주를 '이제는 날려버릴 때'라며 입을 모은다. 주장이라는 무게가 주는 압박감을 고려하면서도 팀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이라면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셈이다.

신승만 나인하트 운영자는 "팬 사이에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담아 주장 선임과 성적 하락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며 "워낙 잘하는 나성범 선수이기에 주장직도 잘 수행하리라 본다. 새 야구장에서 팀 재도약과 저주 타파를 함께 이뤄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후배가 따르고 팀 선배가 인정하는 나성범이 NC의 '새 역사'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벌써 기대가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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