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지역 주택시장의 엇갈린 시선
재테크보다 주거 본연의 목적 찾아야

부동산시장에서 불과 수년 전까지 이런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늘 아래 강남, 그리고 강남 아래 창원', '강남·용인·창원은 부동산 3대 성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과거 뉴스 영상을 보게 됐다. 지난 2005년 창원 의창구 '시티세븐' 분양. 청약을 위해 무려 4만 명이 줄을 섰다. 경쟁률은 38대1. 전체 청약금은 무려 1조 4000억 원. 유례없는 기네스북감이었다. 당시 돈이 이곳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경남·부산·울산지역 은행에 돈이 남아나질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창원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 이곳 역시 전체 청약 신청자가 25만 명에 달했다. 창원 인구만으로 따지면 100만 명 가운데 4분의 1이 손을 내민 셈이다.

당시 뉴스에 등장하는 청약 신청자들은 서로 '내가 먼저 왔는데 다른 사람들부터 넣어준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곳이 곧 아수라장이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절실함과는 거리 먼 탐욕이 먼저 읽혔다.

그랬던 창원이 2~3년 전부터 추락하며 이제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부동산 침체지역이 되었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집 있는 이들 고심이 커지겠지만, 반대로 무주택자들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창원지역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고, 이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학자는 관련된 자리에서 이런 견해를 나타냈다.

"서울에서 45년 살다 2년 전 창원으로 왔다. 지역 정서가 너무 다르더라. 주택을 뭐로 볼 것이냐, 서울은 투자재로 본다. 자산가치와 재테크 수단으로 우선한다. 예를 들어 서울·경기지역 매매가가 지금 창원처럼 5000만 원씩 떨어지면 가만있질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곧바로 완화책을 내놓고, 그렇게 되면 곧바로 상승한다. 그래서 서울은 지난 1986년부터 계속 상승해 왔다. 반면 창원 사람들은 주거 목적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 재테크 개념이 없다. '팔지 않고 계속 살아갈 것인데, 가격이 뭐 그리 중요하냐', 그런 말을 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 주택가격 하락을 간단히 볼 게 아니다. 이것 자체가 자산이다."

이 얘길 들으면서 두 부분에서 불편했다. 앞서 '시티세븐' '유니시티' 사례를 보듯, 나는 창원사람들이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목마름이 지금도 지나칠 정도라고 생각한다. '서울 사람' 눈에 투자 수단으로의 열정이 부족하게 느껴졌다면, 되레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어릴 적 학교에서 '주택은 살아가기 위함이 존재 이유'라고 배웠다. '거주 목적의 집'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 모순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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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한 걸까, 학자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둘 다 이상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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