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심고 거두는 소중한 농사
구매자의 현명한 소비행태 필요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삶의 자리를 옮긴 후, 텃밭농사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고 종묘상에 갔다. 그때, 씨앗 대부분이 수입된 것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종자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종자권문제와 유전자조작(GMO) 작물 등 생태와 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내 마음은 미궁에 빠지는 듯했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시골생활도 최소한의 자본이 필요하다. 기본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 농사지어 돈을 번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에서 농부는 농산물을 도시에서 선호하는 최상의 상품을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둘 수밖에 없다. 좋은 농산물은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농산물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자본으로 바꿀 보암직한 외형을 갖춘 상품이 되어야 한다.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그러하니 농부들은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것에 마음을 둘 여유가 없다.

인간은 땅에서 나온 열매를 먹고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건강한 농산물을 먹지 못하고 상품을 먹기 시작하면서 인간도 점점 상품이 되어가는 듯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의 삶의 자리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삶의 자리에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소농으로 여러 종의 농사를 짓고 있는 나에게, 첨단 설비나 기계의 도움을 받아 대량생산을 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농사를 지어야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빼놓지 않고 듣는 얘기다. 농사를 지어간다는 것은 생명을 심고 거두는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 저런 것 다 생각하면 굶어 죽기 딱 좋은데 어떻게 그런 농사를 짓느냐고 반문한다. 그 말은 틀리지 않는다. 나 또한 뾰족한 대안은 없다. 자연농법으로 생태적으로 좋은 땅 몇 평 만드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 될까 싶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대안은 무엇을 선택하느냐이다.

얼마 전,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우리나라는 재활용품 수거 대란을 겪었다. 그 일 이후, 나에게 체감되는 달라진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카페에 가면 머그잔이나 유리잔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잔에 달라고 말을 해도 잔이 없다는 카페도 적지 않았다. 원래 일회용 잔은 테이크아웃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일회용 잔을 더 선호했고 카페에서도 편리함과 선호도를 좇다 보니 이 상황까지 온 것 아닌가 싶다.

농산물 또한 마찬가지다. 농산물 대부분은 도시에서 소비되는데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권리를 줄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도시의 소비자 역시 자신이 선택하는 농산물의 외형보다 그 속에 담긴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함이 요구된다. 농산물이 생명이 아닌, 상품이 되는 일이 계속된다면 우리 자신도 상품으로 값이 매겨지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어 사라져 버릴지 모를 일이다. 사람뿐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생태계는 생명과 생명이 이어지는 관계망이다. 지금 생태계의 모든 고리를 무시하고 이 연결점이 끊어져 버리는 것을 간과하면 더는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생명을 대신할 것은 없다.

우리 모두가 농부가 되어 생명의 가치를 알고 바른 선택을 해 주기를 바란다. 시골의 농부들은 생명이 되는 농산물을 재배하고, 도시의 농부는 그 생명을 가려 먹을 줄 아는, 우리 모두 생명을 가꾸고 짓는 그런 농부였으면 좋겠다.

김형태.jpg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