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노출 우려 대면조사 한계
양질의 통계 위해 적극 참여 당부

사회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더욱 자주 통계수치를 접하게 된다. 이러한 통계수치에는 일선에서 일하는 통계조사원의 애환과 땀이 배어있다. 통계는 농사와 같다.

국가통계작성기관인 통계청은 근래 들어 행정자료나 빅데이터를 이용한 통계도 작성하고는 있으나 아직도 많은 통계가 대면조사로 그 과정에서 현장방문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이를 위한 땀과 눈물이 추가된다.

통계청 가계지출조사의 경우 표본이 되는 일반 도시가구를 방문하여 면담을 통하여 대상가구의 소소한 씀씀이 등 가구의 지출내용을 조사한다. 이때 개인정보의 누출을 꺼리는 응답자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민감한 조사항목 등으로 조사에 대한 응답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조사환경 또한 매우 열악하여 여성조사원이 우범지역이나 원룸 등에 혼자 사는 남성가구도 방문해야 하는 때도 있다. 또한, 맞벌이의 증가 등으로 낮에는 가구를 방문해도 사람을 만날 수 없어 밤늦게 방문하는 예도 있어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사업체도 불황이나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 등으로 조사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 협조를 부탁하면 서슬이 퍼렇게 공격해 온다.

농작물의 생산물을 파악하는 것은 또 어떤가? 7~8월 한여름 뙤약볕 아래 쉴 틈 없이 시골길 논밭을 돌아다니며 표본대상이 되는 땅에 무엇이 심어졌는지를 하나하나 구분하여 조사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뿐이랴? 조사공무원이 지적도를 들고 으스름한 저녁녘에 논밭에 어슬렁거리니 딱 수상한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다해 힘든 조사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수행하는 통계조사원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느껴진다. 조사에 불응하는 응답자를 설득하고자 조사원은 모든 역량을 발휘하지만 매몰찬 반응에는 딴 도리가 없다. 그러나 국가통계의 생산을 위해서는 거부한다고 해서 편하게 건너뛸 수가 없다. 한 응답자가 수십에서 수천을 대표하는 표본조사에서 대상을 최대한 설득하여 조사할 수밖에…. 따라서 응답자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조사 후 가정에 돌아가면 가족과 대화하기가 힘들 정도로 파김치가 되어버린다.

비교적 통계를 잘 안다는 사람조차도 조사대상이 되면 비협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통계는 도로와 같이 국가의 기반산업으로 자산이며 국력이다. 도로망이 사통오달 뚫려 있을 때 원하는 곳을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처럼 통계도 잘 활용한다면 쉽고 편하게 의사결정을 돕는다. 따라서 경제·사회적 선진국일수록 그 나라의 통계 수준도 앞서있다.

최근 일인시대를 맞아 통계환경은 더욱 열악하고 어려워져 가고 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조사응답자의 응답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전기, 수도, 도시가스료 등을 행정자료로 활용하는 등 각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자체는 아직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현장을 발로 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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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더욱 좋은 통계생산을 위해 응답자의 따뜻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통계농사를 위해 수고하는 통계조사원들에 대한 "수고한다"는 응답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응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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