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요? 기계체조 매력 알리는 지도자 될 거예요”

딱 봐도 다부지다. 작은 키에 야윈 몸매, 정면을 응시하는 눈, 꼿꼿한 걸음걸이, 또박또박한 말투…. 어느 곳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년간 다듬은 바른 자세와 침착함은 경기장 밖에서도 여전하다. ‘여자 체조’라고 하면 손연재 전 체조선수 인기로 리듬체조를 떠올리지만, 창원 용마초등학교 김민채(12) 양은 기계체조 선수다.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며 곡선을 그리는 리듬체조와 달리 기계체조는 강인하고 굵직한 선으로 더 화려하다. 기계체조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공부도 열심인 ‘여자 기계체조 유망주’ 민채 양을 만나봤다.

'작은 거인' 신체 조건은 기계체조 선수의 정석

민채 양이 다니는 용마초등학교는 '경남도 지정 운동종목 체조 시범학교'를 시행해 기계체조부가 있다. 전 학생을 대상으로 체조 대회 등을 하고 있다. 6년 전 민채 양은 1학년 전체 최우수상을 받고 기계체조를 시작하게 됐다.

6년간 민채 양을 지도한 박성경 코치는 "민채는 처음 봤을 때 딱 체조선수의 몸이었다. 작은 키에 유연성이 좋아 당시 1학년 최우수상을 받았다. 요즘 체조 선수들이 큰 편인데, 민채는 6학년인 지금도 좁고 작은 몸이어서 신체적으로 체조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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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채 학생이 평균대에서 다양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기계체조는 하루 몇 시간씩 연습을 하며 매달려 있거나, 지탱하거나, 회전하거나 뛰어야 한다. 몸이 가벼울수록 유리하다. 기계체조는 여자는 마루·도마·평균대·이단평행봉 등 4종목이 있고, 남자는 철봉·평행봉·안마·링 4종목이 추가된다.

민채 양은 2학년인 2014년 교보생명컵 전국 꿈나무 체조대회에서 평균대·마루·평행봉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6년 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해 초등여자부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경남 초·중학생 종합 체육대회에서는 개인종합 1위, 이단평행봉 1위, 단체전 1위를 했다.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 경남 대표다.

연습보다 늘 아쉬운 대회, 그리고 가능성

민채 양은 기계체조 여자 4종목 중 이단평행봉과 평균대 기구 종목에서 강점을 보인다. 박 코치는 민채 양의 남다른 균형 감각을 이유로 꼽았다.

박 코치는 "두 개 팔 위에 어깨부터 척추, 골반을 똑바로 올려 몸을 거꾸로 직선으로 만들면 민채는 바르고 선이 예쁘다. 팔의 유연성이 없으면 어깨가 앞으로 나오고, 중심을 잡으려고 몸을 부자연스럽게 기울이게 된다. 타고난 균형감각과 6년간 노력으로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평균대에 올라 한 바퀴 회전을 하다 떨어지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에겐 순간 고개를 돌리게 할 만큼 아찔하다. 크고 작은 부상이 없을 수 없다.

"체조를 하면서 겁 없이 하는 선수는 드물어요. 공중에서 표현하기 때문에 훈련을 반복하며 습득할 수밖에 없는데, 민채는 머리가 좋고 습득력이 빠른 편이에요. 무엇보다 성실함이 최고죠. 힘들고 아플 때도 제가 알아줄 때까지 말하지 않고 연습을 하고 있어요. 운동선수라 강해 보이지만 6학년이면 아직 어리잖아요. 민채는 생각도 성숙한 편이고 책임감과 상실함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민채 양이 연습해도 잘 안돼 아쉬워하는 부분은 발끝·무릎 펴기다. 모든 동작에서 발끝에 힘이 들어가 펴져 있어야 하지만 감점을 받는 요인이 된다. 박 코치는 현재 민채 양의 고민과 어려움이 오히려 득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박 코치는 "체조를 하면서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차이다. 기술적인 면에 집중하다 보면 기본인 발끝·무릎 펴기에 힘이 안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민채가 자신의 단점을 알고 훈련할 때마다 신경을 쓰고 있어, 중학교·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완벽한 자세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다. 하지만, 자신의 단점을 너무도 잘 아는 선수라 대회에 긴장을 하는 탓에 대회는 늘 아쉽다. 메달을 따서 좋은 결과를 내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실력 발휘가 안 돼 아쉽다"고 말했다. 민채 양이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박 코치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 기계체조 여자 국가대표 선수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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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채 학생이 평균대에서 다양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학교생활까지 만점

민채는 정규 수업을 마친 후 하루 평균 3~4시간 운동을 하고 또 학원을 간다.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빠진 수업 등을 학원에서 보충한다. 체조 외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상을 받는가 하면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다.

강민혁 담임교사는 "힘든 운동을 하면서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아 학업 성적도 좋고 모듬 활동 발표도 잘한다. 리더십도 있고 논리적인 말로는 민채를 따라갈 학생이 없다. 민채를 보면서 운동부 학생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너무나 빡빡한 일정으로 채워진 하루가 민채 양은 힘들기보다 재밌다고 했다.

민채 양은 "학원 마치고 9시쯤 집에 도착해서 숙제를 마무리하면 하루 일과를 마치는 거예요. 학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배우는 것도 재밌어요. 너무 힘든 날에는 학원을 가지 않고 과제만 내달라고 하는 날도 있어요"라며 컨디션 조절을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채 양이 학업 성적을 놓지 않는 이유 역시 체조다.

"국가대표가 꿈이지만 더 나아가 대한민국 기계 체조 발전에 보탬이 되는 지도자가 되고 교수가 되고 싶어요. 양학선 선수 때문에 한국에서도 체조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스포츠에 비해 그 매력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쉬워요. 아직은 모든 게 다 재밌고 더 배우고 싶어요."

어른 시선으로는 아직 어리다지만 민채 양은 자신의 종목을 진정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민채 양이 있어 여자 기계체조 미래는 더욱 화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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