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잇슈]맛을 다스리는 한 잎
맘을 다독이는 한 잔
잎·즙·가루 등 차 활용한 요리경연 후끈…경쟁 떠나 서로 어우러지는 들차경연 향긋

차(茶)를 다루거나 취하는 이들을 가만 보면 얼굴이나 태도가 티끌 없이 맑다. 항상 그 까닭이 궁금했다.

마침 지난 27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만날공원에서 (사)한국차문화연합회가 주최한 제19회 대한민국 다향축전이 열렸다. 평소의 궁금증을 풀고자 행사장을 찾았다.

먼저 시선을 끈 데는 전국 차 음식 요리 경연대회장이었다. 2명씩 1조로, 총 24개 조가 차를 주제로 두 시간 동안 치르는 경연이었다. 각 조는 2점 이상 요리를 결과물로 내었는데, 작품에 가까운 요리가 눈을 즐겁게 했다.

▲ 차 음식 요리경연대회 다양한 작품들.

차를 요리에 쓰는 일이 까다롭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멋쩍게도 기우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요리에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차를 마리네이드(고기나 생선을 조리하기 전 재워두는 액체) 용도로 쓰거나, 퓨레(채소나 곡류 등을 삶아 걸쭉하게 만든 것)에 가루차를 쓰는 접근은 꽤 신선했다. 요리에 쓰인 차는 전체 균형을 잡을 뿐만 아니라, 특정 재료 특유의 잡내를 없애는 데 탁월했다.

이날 눈길을 끈 참가자 한 명이 있었다. 다들 2명씩 1조인데, 혼자 요리하는 참가자였다. 전남 무안 초당대에 다니는 이지현 씨였다. 까닭을 물으니 "함께 참가하려던 구성원이 행사장 오는 길에 배탈이 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경연을 치르게 됐다"고 했다. 비자발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안았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요리하는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 차 음식 요리경연대회 다양한 작품들.

이 씨는 녹차 크림치즈를 곁들인 베이글 샌드위치와 녹차 브라우니·마들렌·타르트를 선보였다. 고민한 흔적이 크게 돋보였다. "평소 차를 즐겨 취해요. 홍차 발효 식초를 만들거나 리큐르를 만들기도 해요. 아직은 연구 단계이지만 차를 활용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이 씨 옆 자리에서 묵묵히 요리하는 두 사람에게도 눈이 갔다. 대부분 대학생 참가자였는데 둘은 유일한 일반 성인 참가자였다. 이들 정체는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이영식·홍준학 상사.

조리병 교육 업무를 맡은 이들은 "조리병에게 우수한 교육을 하려면 실력이 밑받침돼야 한다. 경향을 읽고 경험을 쌓고자 참가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녹차를 갈아 반죽에 쓰고 된장·참깨소스를 더한 마카롱 모양의 녹차 부추전, 찻잎과 찻물을 쓴 녹차 월남쌈, 마찬가지로 찻물에 녹두·마·잣을 갈아 넣은 죽을 꺼냈다. 미리 준비한 수박 공예품을 꺼내 장식했다.

▲ 차 음식 요리경연대회 다양한 작품들.

이 상사와 홍 상사는 이날 얻은 경험을 실전(?)에서 꼭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등학생 두 명으로 구성한 조도 있었다. 최미르(부산정보관광고)·우지민(부산경영고) 양은 연어를 익힐 때 국화차 향을 입혔고, 녹차 소금으로 간을 하고, 빵가루와 녹차가루를 섞어 요리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했다.

"평소 차라고 하면 마시는 위주로 생각했는데 직접 활용해보니 색다르고, 좋은 요리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차 음식 요리경연대회 다양한 작품들.

이날 참가자 모두 열의가 느껴졌고, 진지함이 돋보였다. 자연스레 심사도 오래 걸렸다. 이충신 심사위원장은 총평을 전하며 빈말이 아닌 진심이라고 유독 강조했다. "모든 참가자 실력이 높고, 결과물 질도 월등하다. 창작성이 크게 돋보였다. 모두 한결같이 잘해서 심사가 고통스러울 정도다. 누구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보통 경연을 하면 미리 준비한 요소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대부분 현장에서 빠르게 재현하더라. 깜짝 놀랐다."

같은 시간 경연장 옆에서는 전국 들차 경연대회가 치러졌다. 경연자는 다채로운 다기와 차로 관람객을 모았고, 삼삼오오 공원에 둘러앉아 차를 즐겼다. 우열을 가리는 자리였지만, 경쟁에 임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맑은 얼굴과 태도로 함께 차를 다뤘다. 무르익은 분위기는 보기만 해도 유쾌했다.

▲ 차 음식 요리경연대회 다양한 작품들.

마침 관람객이자 차 애호가인 이미숙 씨가 인상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딸이 사춘기일 때 서로 고통이었어요. 그때 마침 차를 배우기 시작해서 집에서 활용을 했어요. 격식을 차려서 딸을 대우하고 같이 차를 즐기면서 대화를 나눴어요.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던 딸이 점점 달라지더라고요. 이제는 딸이 먼저 차 마시자고 말을 꺼냅니다."

이 씨가 전한 경험에서 차 문화에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묘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읽었다. 오랜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다.

▲ 녹차 부추전을 만든 해군교육사령부 팀.
▲ 들차경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