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헌(사진) 시조시인이 작품 '빈집 피다'로 제22회 경남시조문학상을 받았다.

경남약사회 후원으로 매년 진행하는 이 상은 경남시조시인협회 연간지 <경남시조>에 수록된 회원들의 그해 작품 중에서 선정한다.

올해 심사에서는 4명의 시조시인이 낸 시조 12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고, '빈집 피다'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마산에서 활동하는 이 시인은 2006년 <시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운영위원과 경남시조시인협회 감사를 지냈고, 현재 북성초등학교 교장이다.

▲ 제22회 경남시조문학상을 받은 이분헌 시조시인. /이서후 기자

심사를 맡은 박진임 평택대 교수는 이 시조를 두고 "세월에 사위어 가는 육체와 영혼이 서정적인 시어를 통해 수채화처럼 담백하고 호젓하게 그려진 시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녀가 사는 곳은 피반령 아래 첫 동네/ 오동골 또는 먹골 감꽃 환한 양지마을/ 목이 긴/ 골목을 돌면/ 허물처럼 텅 빈 마당// 혼밥에 익숙해진 다 늙은 몸뚱이/ 찾는 손 뚝 끊겼는지 무성한 고요 사이/ 괜찮나/ 바람의 안부에/ 졸음 겨우 밀어낸다// 한때는 가슴에 반듯한 명패 달고/ 많은 식구 가난도 웃으며 넘겼는데/ 유산이 되지 못한 채/ 치매를 앓고 있다" ('빈집 피다' 전문)

시상식은 지난 27일 오후 4시 창원시 진해구 경남문학관 2층에서 열렸다. 이날 제27회 경남시조문학강연회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박진임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현대 시조의 주제와 형식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이어 벌어진 시상식에서 이분헌 시인은 "시인이란 이름으로 치열하게 창작활동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다"면서도 "이번 수상이 시조 앞에 항상 주눅이 드는 제게 새로 일어서도록 격려와 채찍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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