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는 경남여성정책 토론회인 성평등 정책 토론회가 있었다. 사실 토론회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토론회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먼저 (사)김해여성의전화 문지은 님의 성평등 교육 관련 토론에는 평소 필자가 생각하는 부분과 많은 부분이 공감되기도 했다. 또한, 경남인권위원회 이정희 위원장의 여성폭력피해자를 위한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립 건의는 그 설립목적의 당위성에서는 필자도 공감하나, 중앙부처의 '국가 트라우마 센터'나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일부 영역에서 중첩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트라우마 센터는 재난 후 외상 치유를 목적으로 하고,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개인상담보다는 행복한 가족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경남의 성폭행 발생건수가 1063건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여성 유병률이 20% 정도임을 고려할 때, 연간 212명 정도의 수요가 발생하기에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립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업목적의 당위성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젠더폭력생존자심리치료센터' 등 명칭으로 변경하여 추진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사실 민간차원에서 진행된 토론회의 내용은 다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여성이 받아온 차별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동의되는 부분이기에 이런 정책 토론회 자체가 분명히 그 의미가 있다. 그러함에도, 경남도청이나 경남도의회의 대처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었다. 여성정책 주무부서인 여성가족정책관실 공무원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경남도의회 의원 중에는 김지수 도의회 의장만 토론회 중간 참석하여 간략한 인사를 하고 나간 것이 전부였다. 토론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경상남도청이나 경상남도의회 관계자는 이종엽 경남도 여성특별보좌관뿐이었다. 토론회의 목적이 정책제안임을 고려할 때, 정책을 결정하고 입안하는 당사자들이 없는 절반의 토론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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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경상남도'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한 김경수 도지사의 민선 7기와 '도민과 함께 하는 경상남도의회'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의 무관심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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