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첫 공판 출석
킹크랩 시연·조작지시 쟁점
변호인 "신빙성 낮다"반박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새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조사 과정에서 그랬듯 남은 법적 절차를 충실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겠다. 재판 과정에서 모든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론조작 공모(업무방해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드루킹 특검에 기소된 김 지사는 '킹크랩(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회에 참석했는데 댓글 조작을 몰랐다는 거냐'는 물음에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고 사실관계도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지사가 첫 공판을 받기 위해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는 "경남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데 도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하지만 도정에는 어떤 차질도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도 했다.

이어진 재판에서는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했고 김 지사가 보낸 기사의 댓글조작 작업을 우선적으로 했다"는 '드루킹' 김동원 씨 측근 박모 씨의 증언이 쟁점이 됐다.

킹크랩 개발 후 작업할 기사를 선정하고 공범들에게 작동 방법 등을 교육했다는 박 씨는 "'경제적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텔레그램방에 댓글을 조작할 기사 인터넷 주소를 올려놓곤 했는데 당시 김경수 의원이 보낸 기사에는 'AAA'라는 알파벳을 적어두곤 했다"며 "이는 김 의원이 보낸 기사이니 우선 작업하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또 2016년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사건 후 수백 개씩 쏟아지는 기사에 수작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드루킹 지시로 킹크랩을 개발했고, 그해 11월 드루킹 근거지인 경기도 파주 사무실에 찾아온 김 지사에게 킹크랩 작동 모습을 보여줬다는 증언도 했다.

박 씨는 이 과정이 예행연습까지 거친 것이라며 "킹크랩 시연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특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지사 측은 이에 드루킹 측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맞섰다. 김 지사 변호인은 드루킹이 구치소에서 작성한 노트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드루킹이 공범들과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진술을 어떻게 할지 조율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공통의 변호사를 통해 전달된 지시에 따라 공범들도 허위 내용을 진술했기 때문에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지난 10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김 지사)이 드루킹 사무실을 방문하고 양측이 기사 목록을 주고받은 건 인정하지만 이것이 김 지사가 댓글조작을 지시·승인하거나 묵인한 것이 될 수는 없다"며 "김 지사 자신은 기억 못하지만 일본 총영사직과 관련한 언급을 했다 하더라도 이게 어떤 대가나 선거운동 지원과 연관돼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다음 재판은 11월 1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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