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장치 없이 안일하게 반복해온 관행
전후 명백히 밝혀 의회 스스로 혁파해야

최근 의원 공무국외여행과 관련한 논란은 이제는 별 의미 없는 연례행사로 평가돼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관광외유성 혐의가 짙어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지만 말잔치로 끝나기 일쑤다. 일반 공무원들이 그와 같은 하마평에 올랐다고 치면 모르기는 해도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언론도 팔짱 끼고 있지는 않을 터이지만 당장 의회가 그냥 보고 지나갈 리 없다. 행위의 부적절성을 나무라며 으름장을 놓을 테고 부서장이 불려 나와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을 확약하는 수난을 거쳐야 한다. 이에 비교해 의회와 의원들에 대해서는 견제장치가 없다. 공무라는 만능의 명분을 걸고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면 집행부는 군소리 못 하고 경비를 대줘야 하고 나중에 그 돈이 성격에 맞게 제대로 쓰였는지는 오로지 의회의 셀프 진단으로 해명될 수 있을 뿐이다. 의원들은 보고서 형식의 마감 소견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보고서란 것도 개개인이 작성하지 않고 의회가 일괄적으로 처리한다는 의심도 사고 있지만, 그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 논외다.

어찌 됐건 여론이 의원들의 해외여행에 따른 타당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때마다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의회는 요지부동이다. 자비 부담이 아닌 주민 세금으로 외국 여행을 하겠다면 원칙은 엄격해야 하고 절차는 투명해야 한다. 국외연수를 겸한 외국 선진지 문물시찰이 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되는 만큼 여행스케줄은 그 성격에 부합하는 쪽으로 짜이는 것이 상식에 맞다. 하지만 그러지를 못해 구설수를 불러들이고 있다. 관행이란 습관적인 되새김질로 해마다 외국 여행길에 오르기를 즐기는 의원들의 안일감이 낳은 후유증이 아닐 수 없다.

현 지방의회는 병아리 단계다. 개원한 지 4개월밖에 안 된다. 더구나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대세를 이룬, 말하자면 새내기 의원들로 걸음마를 배우는 시기다. 그동안 조례와 규칙을 몸에 익히랴, 의사진행과 집행부와의 관계 설정에 공을 들이랴, 시작점에 숙달하는 통과의례에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던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한숨을 돌리기가 무섭게 선배 의원들 발자취를 따라 여행 보따리를 싸는 뚝심은 경탄할만하다. 그들이 쓰는 여행경비는 앞서 말했다시피 주민 세금이다. 선진지 시찰체험과 연수 함량으로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고 주민참여권 신장 역량을 드높이는 기회로 활용한다지만 그건 그저 형이상학적 명제일 뿐 특별히 의원 자질이 향상되었다는 구체적 실례는 목격되지 않았다고 해야 옳다. 중요한 것은 돈이 용도에 맞게 연수용으로 적법하게 쓰였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다. 논란의 요체는 그러므로 여행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의 용처가 목적과 합당한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사전 사후 과정을 명백하게 하고 연수성과를 합리적 방법으로 증명함으로써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잘못된 관행문화를 의회 스스로가 혁파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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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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